오는 21일 뉴욕서 개최될 외채 협상을 앞두고 한미 한일간 의견조율이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김대중 당선자의 일산 자택에서 열린 김당선자와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의 면담도 팽팽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외채협상에서 우리정부가 과연 얼마나 주도적으로 우리
의견을 관철시킬수 있을지 우려되는 국면이다.

더욱이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들의 조사결과도 아직은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김당선자와 서머스 부장관의 면담은 전일 밤 임창열 부총리와의
면담에 이어 열린 것이지만 몇가지 부분에서는 한미간 견해차도 분명해지고
있다.

우선 임부총리와의 심야협상은 당초 단순한 예방이라던 우리정부의 설명
과는 달리 미국측에서 보스워스 대사등 일행 5명이 참석한 사실상 공식회담
의 성격을 갖는 것이었다.

또 회담 시간도 한시간여를 훨씬 넘어 단순한 예방이 아니라 실무적인
협상이 진행된 것이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서머스 부장관은 회의 도중 기자들에게 나타나 "한국이 훌륭한 진전을
보이고는 있지만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는데는 오랜 시일이 걸린다"며 상당한
견해차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김당선자와의 면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관계자들의 설명을 분석하면 우리정부와 서머스 부장관은 두가지 문제에
관해 의견차가 있었다.

우선 선진국들의 80억달러 지원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데 대해 김당선자가
항의했지만 서머스 부장관은 선진국들의 80억달러 지원이 민간금융기관들의
외채협상에 연계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대해 당선자가 이는 외국금융기관들의 무리한 요구를 정당화시킬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자 서머스 부장관은 지금은 (금리가 문제가 아니라)
자금 유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요지의 반박 발언을 했다.

서머스 부장관은 특히 지난해 산업은행이 모간은행을 주간사로 자금을
조달하려다 실패한 사실을 적시하기도해 주목을 끌었다.

당시 모간은행은 산업은행에 10년이상의 만기를 조건으로 무려 15%선의
고금리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서머스 부장관
의 발언은 미묘한 싯점이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상당한 놀라움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무조건 고금리를 받아들이라는 일종의 강압적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당선자와의 대화를 전해들은 금융계 인사들은 미국정부가
지나치게 자국 금융기관들의 무리한 요구를 옹호하고 있다며 우려하는
반응들을 나타내기도 했다.

우리정부는 17일 김용환 비대위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우리측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해 오는 21일까지 외채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 모간 등 외국금융기관들의 까다로운 조건은 정부가 직접 국채를
발행 할 것, 금리는 더치옥션 방식을 받아들일 것 등 두가지 요구조건에
집약되어 있다.

중요한 협상의 고비때마다 관계자들을 한국에 파견해온 미정부지만 서머스
부장관의 이번 방문은 그런 점에서 협상 전망을 지극히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재경원은 현재 일본에도 관계관을 파견해 일본 정부의 입장을 타진하는 등
뉴욕협상을 앞둔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금리조건이 완화되고
있다는 등 희망적인 소식은 현재로서는 전무한 실정이다.

(정규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