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박빙.

살어름판을 걷는 듯 불안하고 위험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올들어 수직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증시가 바로 여리박빙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증시주변여건이나 기술적 분석을 고려하지 않고 외국인 매수라는
단하나의 재료에 의해 주가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과열기미가 뚜렷해 주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면 외국인이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해 장세를 돌려 놓는다.

마치 "세력"들이 물량을 확보하고 일반인들을 끌어들일 때와 비슷하다.

외국인 자금에 의한 외국인장세가 불안한 것은 그들의 매매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왜, 얼마나 사는지가 오리무중에 싸여 있다.

"단기자금인 헤지펀드와 중장기 뮤추얼펀드가 함께 사고 있다"(누가),
"외국인은 한국주식을 사는게 아니라 환차익을 겨냥해 원화를 산다"(왜),
"동남아에서 한국증시만이 전망이 밝기 때문에 외국인매수는 지속될
것이다"(얼마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세는 시세(외국인)에게 물어보라"는 말만
무성하다.

증시를 분석해 투자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증권사 투자분석부는 "할일"
없어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증시는 지금 위험한 "실험"에 싸여 있다.

올해부터 외국인주식투자한도가 55%로 높아져 외국인의 장세영향력이
그어느때보다 커져 있다.

IMF 관리를 받으며 자본이동에 대한 장벽도 낮아진 상태다.

외국인이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화려한 파티를 벌이면 국내기관과
개인들이 상투를 잡고 설겆이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부지피부지기면 백번을 싸워도 질수 밖에 없다.

증시는 외국인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데 정작 외국인에 대해 아는게
없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