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산그룹의 좌초는 무리한 유통사업 확장이라는 원인과 부동산 경기침체
라는 근인의 합작품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미분양 재고가 쌓이면서 종양이 터졌지만 그
종양은 유통업등 확장일변도의 무리한 경영방식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은 방만한 경영이었다.

나산종합건설이 나산클레프등 유통계열사의 점포를지어주고 받지 못한
돈은 3천억원에 이른다.

자금회수 기간이 최소 2~3년 되는 유통업에 건설의 돈이 묶이면서 자금
흐름은 더욱 뒤틀려갔다.

미분양 재고자산도 자금난을 압박하는 골칫거리였다.

현재 나산종합건설의 미분양 재고자산은 4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미분양의 주범은 상가였다.

그러나 나산은 이런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유통업을 "크게" 벌였다.

지난 9월에 광주에서 문을 연 할인점 나산 클레프는 할인점으로서는
"동양최대" 규모(매장면적 8천7백평)였다.

오는 2월 서울 수서에 문을 열 예정인 로즈데일 백화점도 지하 2층 지상
10층에 연면적 1만4천여평 규모의 초대형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여천과 순천에도 각각 2천평 이상 규모의
할인점을 짓고 있었다.

반면 영업은 부진의 늪을 헤맸다.

유통업 매출은 경기침체로 기대치 이하를 맴돌았고 의류사업도 마이너스
성장에 머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나산은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보유부동산을 내놓았지만 경기침체
속에서 팔릴리 만무였다.

공사 마무리 단계에 있는 로즈데일 백화점은 오픈도 하기 전에 H,S그룹 등과
매각교섭을 벌여 왔으나 이를 떠안을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계열사주식처분을 위한 자구노력도 병행, 한길종금(38%,9백20억)
나래이동통신(10%,3백60억) (주)송산(90%,2배70억) 등을 매각해
1천5백억원 상당의 금융부채를 상환했지만 최근 시중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2금융권의 상환압력은 더욱 가중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동방페레그린증권으로부터 빌린 1백20억원의 만기연장교섭이
홍콩페레그린증권사태로 무산되면서 좌초의 직격탄으로 작용했다고 나산측은
밝히고 있다.

나산이 대규모의 부동산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최악의 경기침체로
부동산이 쉽게 팔리기는 어려운 형편이어서 회생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나산의 경우 여성복 업계 1위를 달리며 경기침체
속에서도 선전하던 기업인데 무리한 유통사업 확장여파로 도산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