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위기가 멈추지 않고 있다.

새해를 맞았지만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에서는
불만의 수위가 높아져가고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주변국에서도 ''본격적
위기''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것을 찾기가 어렵다.

과연 무엇이 아시아경제를 갈수록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하는가.

그 원인을 진단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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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지원.개혁 불구 회생 기미 안보여 ]]

지난 8일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당 1만루피아를 넘어섰다.

하루만에 15%의 급락이란 기록도 세웠다.

같은날 태국 중앙은행은 바트화를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할 수도 있다고
내비쳤다.

뒤이어 필리핀은 전국 곳곳의 외화환전소를 남김없이 폐쇄하겠다고
공표했다.

무엇보다 한때 동남아지역의 기축통화로 자리잡는가 했던 일본의 엔화마저
올들어 5년반만에 최저치경신을 거듭했다.

유일하게 한국의 주식시장만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분명 아시아 경제의
혼미상황은 지난해보다 호전된 것이 없다.

이처럼 새해 들어서도 아시아경제가 혼란을 거듭하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 원인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이행이 안되고 있거나 크게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원인으로 경제위기가 가중되는 나라는 IMF구제금융을 받는
국가들이다.

인도네시아 태국이 그 주역이고 한국은 가시화되지 않았을 뿐 불안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큰틀에서 IMF와의 삐걱거림이 문제이지만 각각의 나라가 갖고 있는
속사정은 다르다.

올들어 인도네시아위기는 수하르토 대통령이 발표한 예산안에서 비롯됐다.

그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오랜 독재정치의 유산으로 분석된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벌써 32년째 인도네시아를 지배하고 있다.

오는 3월 대선에서도 자신이 나서겠다는 의사를 번복하지 않고 있다.

장기독재는 필연적으로 부의 집중이란 부조리를 낳았다.

자식들은 하나씩 대기업 총수자리를 꾀차고 있으며 군부의 요직에도
사위와 심복들이 들어앉아 있다.

수하르토가 "균형예산"(실제로는 루피아기준 30% 증액예산)을 발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일보전상황을 초래했을 때 외국분석가들이 주목한 것은
이같은 수하르토일가의 기득권이었다.

태국의 문제는 보다 복합적이다.

직접적으로는 도저히 IMF의 요구대로 재정흑자를 만들 길이 없으므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때문에 마찰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이전에 태국은 IMF의 권고대로 가장 먼저 50여개의 부실금융기관
을 영업정지시켰고 외국자본에도 문을 열었다.

금융기관폐쇄는 경제의 논리구조대로 기업들의 영업활동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입질"만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외국자본들의 행태속에서
바트화절하에 따른 수출경쟁력상승효과는 "그림의 떡"이 돼 버렸다.

태국경제는 악순환의 고리속에 갇혀있다.

IMF가 요구조건을 완화하지 않으면 경제가 질식사할 판이고 태국이 완화를
요구하면 국제사회가 불신한다.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정리해고제에 대한 근로자들의
반발가능성이다.

한국경제에 대해 많은 외국투자가들이 갖고 있는 인상중의 하나가 바로
열병처럼 번졌던 노동현장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외국언론들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신년벽두부터 국제적 큰 손 조지
소로즈를 만난 것도 그의 입을 빌어 노동권에 대해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을
알리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인 정리해고가 완결되지 않는 한 한국의 금융위기가 막을
내렸다고 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계속되는 아시아경제혼란의 두번째 원인은 시장경제논리에 반하는
"아시아적 가치"의 낙후성과 유사한 발전과정에서 찾을 수있다.

일본 및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지가 불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은 크게 볼 때 아시아적 가치속에서 발전해왔다.

아시아적 가치란 예를들면 투명한 회계장부를 우선하는 인간적 교분같은
것이다.

야쿠자에게 뒷돈을 주는 일본금융을 서방세계는 철저히 불신한다.

아시아국가들은 한결같이 수출지향적이다.

다른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내나라 환율을 점검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상관관계다.

중국 위앤의 정부공식환율과 암시장환율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이런
상관관계로 설명될 수밖에 없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