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관장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은 파산한 기업들과 닮은 꼴이다.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적인 조직관리만해도 그렇다.

여기에 27조원의 방대한 돈을 좌지우지하는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비슷하다.

무엇보다도 방만한 조직이 큰짐이다.

지난 87년 국민연금관리공단 출범당시 조직은 6개본부 14개지부로
직원수는 6백56명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실 9부로 된 본부와 22개지부 32개출장소 5개
전산관리소에 2천70명을 거느린 방대한 조직으로 변했다.

10년만에 3배가 넘는 공룡조직으로 불어난 것이다.

공단측은 이에대해 "10인이상 사업장 가입자만 관리하던 초기방식을
5인이상 사업장 근로자와 농어촌자영업자까지로 확대한데 따른 결과"라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연금가입자수가 늘어난데 비해 그 관리인력은
훨씬 많이 부풀려졌다는 것을 알수 있다.

출범당시 10인이상 사업장에 속한 가입자는 5백16만여명.

이후 가입한 5인이상 사업장 46만여명과 농어촌가입자 2백7만여명을
계산하면 늘어난 가입자는 2백53만여명 규모다.

10년동안 가입자는 50%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공단직원은 3백%나 늘어난
셈이다.

한마디로 "규모의 경제"나 "시너지효과"를 전혀 무시한 과다한
인력운용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자리를 옮기는 공무원들을 위해 설립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래서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은 오는 7월부터는 다시 인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8백90만명의 도시자영업에 대한 연금가입 의무화로 1천8백명의 충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충원계획은 작은조직지향이라는 불황기에 역행하는 처사다.

이런 방침에대해 주먹구구식관리라는 비난의 소리가 거세다.

정확한 직무분석을 바탕으로한 인력수급계획이 아니라 지역의료보험통합안
추진과정에서 반발하는 의료보험조합의 잉여인력을 달래기위한 편법이라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최고책임자인 공단 이사장은 비전문가 출신이 대부분이다.

지난 96년 취임한 김태환 이사장은 김영삼대통령의 상도동 가신출신이고
지난 연말 임명된 최선정 이사장은 "공직자 골프사건"으로 한때 옷을
벗었던 복지부 고위공무원 출신이다.

금융전문가가 와서 제대로 추스리기에도 벅찬 판에 여전히 낙하산 인사가
존재하고 있다.

이같이 비효율적인 인적 구조는 연금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전문성"을
갉아먹고 있다.

27조3천억원에 달한 연금적립금중 공공예탁부문을 뺀 9조원에 달하는
돈이 비전문가들 손에서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직원 23명으로 이뤄진 기금운용부에서 금융상품투자를 담당하고
주식부문투자는 투자자문회사에 아예 맡겨버렸다.

주식부문에서만도 지난해 8월까지 1천8백98억원의 손실을 입을 정도다.

결국 연금운용을 책임지는 관리공단의 환골탈태가 이번 기회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단이사장에 대한 공채, 비효율적 조직에 대한 외부진단과 이에따른
조직군살빼기, 금융전문가채용을 통한 기금의 수익성과 안전성보장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경실련 하승창 정책실장은 "연금제도변경에 앞서 국민의 돈을 관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할수 있도록 연금관리공단의 혁신부터 손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