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9일 박태준 자민련총재에게 공식 건의한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대책"은 새정부측에 대기업정책의 탄력적인 운용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강해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시행시기와 방법은 경제상황을 봐가며 융통성있게 적용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기업들의 애로를 공식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새정부의
대기업정책이 명분 위주로 짜여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포석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건의는 또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당선이후 가능하면 신정부의 개혁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전경련이 애써온 것을 상기할 때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전경련의 이날 건의서는 "총론 찬성, 각론 보완"을 담은 재계의
"이행각서"인 셈이다.

다음은 각 부분 요약.

<> 상호지급보증 해소 =금융및 주식시장 경색으로 채무상환과 신용대출전환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99년까지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완전 해소하려 할 경우
금융기관이 대출을 회수하게 돼 30대그룹의 많은 계열사가 도산할 수 있다.

채무보증 해소의 취지는 한계기업의 원활한 퇴출을 통한 그룹전체의 부실화
예방과 대기업에의 여신편중 방지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금융기관의 담보대출관행을 개선해야할
것이다.

또 해소시기에 있어서도 연쇄도산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우선 50%로
축소해 규모를 줄인후 완전해소를 추진해야 한다.

기존의 대출은 신용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결합재무제표 작성 =결합재무제표는 계열회사간의 회계기준이나 처리
방침이 상이한 경우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 외국에도 없는 새로운 제도이기 때문에 2년여의 사전준비를 요한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의 취지는 재무구조와 경영행태를 파악해 경영의 투명성
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경영투명성은 금융기능 정상화, 소액주주 권한강화 등 일련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기 때문에 급격히 향상될 것이다.

주식회사 외감법에 규정한대로 2000년 회계연도에 시작하는 것이 옳다.

<> 적대적 M&A =주가폭락과 환율급등에 따라 국내 상장기업의 싯가총액이
매우 적어졌다.

1백80억달러로 한전과 포철을 제외한 모든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을 정도다.

30대그룹의 모든 상장회사 경영권을 장악하는데는 64억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적대적 M&A에 따른 경영권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보완조치가 시급하다.

이를위해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규제와 순수지주회사 설립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자사주 취득 관련제도를 개선해 현재 10%인 제한을 폐지하거나 한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 구조조정특별법 제정 =과도한 세금부담과 출자규제, 고용조정상의 제약
등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세법 공정거래법 노동관계법 상법 등 개별법들의 개정을 기다리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인수합병 <>자산매각 <>기업분할 <>사업정리 등의 원활한 구조
조정을 위한 한시적인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

특별법에는 <>정리해고 허용 <>자산 및 사업의 양수 양도 분할 합병에 따른
세제상의 혜택 <>지주회사의 허용, 기업분할제도 도입 등이 포함돼야 한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