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당국이 루피아화의 폭락세에 굴복,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할 경우 한국 등 아시아 전역은 물론 세계경제 전체에 커다란 충격파가
밀어닥칠 것이라고 시장분석가들이 8일 경고했다.

이날 루피아화 폭락세가 계속돼 달러당 1만선을 돌파하자 시장주변에서는
인도네시아 당국이 수백억달러의 외채를 안고 있는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수단으로 지불유예를 선언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크게 나돌고
있다.

메릴린치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지불유예를 선언할 경우 특히
곧 만기가 닥치는 외채를 거액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을 포함, 이 지역
전체에 심각한 충격파를 안겨 주게 될 것이며 세계경제에 주는 부담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럽계 은행의 고위관계자는 대인도네시아 융자가 많은 외국은행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국이나 태국 등 다른 아시아지역국
에도 역시 많은자금을 대출해놓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한쪽에서 자금이 물리면 다른 쪽의 상환 연장조치를 해주기 어렵다는
점을 보면 한국이나 태국에 어떤 사태가 벌어지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프랑스 재무장관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도미노
현상을 가져올 위험성이 가시지 않고 있다면서 G7은 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루피아화가 이날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1만루피아선도 맥없이
무너지자 주요 양판점이나 할인점에는 평소보다 많은 구매인파가 몰렸으나
사재기 바람은 일지 않고 있다.

또 루피아 가치의 급락으로 많은 상점들이 가격조정을 위해 문을 닫았으며
수입상들은 특히 가격을 대폭 인상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