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모라토리엄(외채지불유예) 선언 가능성이 국제금융계에
확산되면서 루피아화 가치가 하루만에 26% 폭락하는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고
있다.

8일 싱가포르외환시장에서 루피아화는 한때 전날보다 사상 최대 낙폭인
26% 하락, 달러당 1만루피아 밑으로 떨어졌다.

루피아는 이로써 동남아 통화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7월(달러당
2천5백루피아)이후 그 가치가 4분의 1 수준으로 절하됐다.

이같은 현상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해 금융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국제금융계의 실망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노무라증권)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발표된 인도네시아정부의 올해 예산안이 IMF요구에 못미친다
는 분석이 강해지면서 루피아의 폭락속도는 한층 가속될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와 함께 모라토리엄 선언 대상국으로 거론되고 있는 태국은
이날 통화폭락으로 인한 자국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위해 관리변동환율제
로의 복귀를 검토키로 했다.

이와관련, 네이션지는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태국정부는 지난 7월 새로
도입한 자유변동환율제가 통화의 폭락세를 진정시키는데 전혀 효력을 발휘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조만간 관리변동환율제로의 복귀를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으로 바트화는 폭락세를 벗어났으나 금융관계자들은 "이 조치로
태국의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추가하락의 가능성을 지적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