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단행된 LG그룹의 임원인사는 그룹 안팎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창사이래 처음으로 단 한명의 임원도 승진시키지 않았던 것.

타그룹에 비해 그래도 비교적 낫다는 LG의 이같은 결정은 얼마나 비장한
각오로 IMF체제에 임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구본무 회장이 연초 밝힌 신년사에도 극명히 나타난다.

구회장은 "지난해에도 경영여건이 매우 어려웠지만 올해는 이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것"로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사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사업에 임할 것"을 지시했다.

IMF체체를 맞아 추진하는 LG의 위기극복경영은 사업구조조정과 현금유동성
확보 재무구조의 획기적개선 조직효율제고및 수출총력체제구축으로 집약된다.

그중에서도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되는 사업구조조정은 가장 강도높게
추진될 전략으로 꼽힌다.

<> 사업구조조정 =장기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할 품목은
아무리 시장점유율이 높고 수익성이 있어도 가차없이 버린다는게 그룹
방침이다.

이에따라 이미 선정한 90개 한계사업(매출기준 3조원규모)철수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당초 3년내 40개사업, 그이후 50개사업으로 짜여졌던 철수플랜이 앞당겨져
올해부터 상당수 사업을 떼어내기로 했다.

이미 전자악기 페이저 제지사업등은 철수하거나 중소기업에 넘겼다.

사업철수와 더불어 국내생산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품목은 해외로 이전키로
했다.

VTR 오디오등의 사업을 외국으로 내보내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따른 것.

뿐만아니라 자금동원능력이 없거나 홀로 설수없는 계열사는 통폐합시키기로
했다.

대신 승부사업엔 핵심역량을 총동원키로 했다.

여기엔 정보통신 차세대반도체 차세대디스플레이등이 포함돼 있다.

미래 성장사업 위주로 사업내용을 재편한다는 것이다.

<> 현금유동성확보와 재무구조개선 =유동성확보은 단기 경영전략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따라 모든 계열사는 현금흐름확보를 경영의 최우선순위로 삼도록
했다.

투자도 과감히 줄이기로 했다.

투자축소는 재무구조개선과도 직결돼 있는 사항이다.

적정 자금조달범위내에서 투자계획을 세우고 꼭 필요한 투자라도 다시한번
철저한 타당성검토를 통해 우선순위를 매기기로 했다.

작년투자액 8조5천억원대비 몇 %를 줄이는게 아니라 모든 신규투자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도록 했다.

또 효율성이 낮은 자산은 정리하는등 철두철미한 내실경영체제를 구축,
현금창출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 조직효율제고 =간접부문인력을 직접부문으로, 구조조정에 따른
여유인력을 전략사업부문으로 배치하는등 조직효율제고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연말 회장실인원을 1백20명에서 80명으로 대폭 줄인 것도 이의
일환이다.

승부사업과 연구개발을 제외한 부문의 신규인력충원을 최소화하키로 했다.

대신 기업의 경쟁력은 우수인재에서 나오는 만큼 최고인재의 확보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에따라 인종 국적 성별에 관계없이 전세계에 걸쳐 글로벌인재 확보에
나서며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에겐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다는 전략이다.

<> 수출총력체제구축 =원화절하로 수출이 호기를 맞고 있는데다 IMF체체
극복을 위해선 수출밖에 없는 만큼 수출확대에 모든 역량을 총 결집키로
했다.

그룹 전체 수출액은 지난해 1백50억달러에서 2백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전자 화학 반도체 상사등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계열사들은
수출목표를 의욕적으로 늘려잡고 이의 달성에 매진토록 했다.

예컨대 LG전자는 독립국가연합(CIS) 중국 인도등 승부시장에서 올해중
40~90%의 수출신장을 올린다는 포부를 갖고 있으며 다른 계열사들도
수출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해외시장개척에 나서고 유능한 인재를
수출일선에 전진배치키로 했다.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