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임창열 부총리에게 대기업그룹의 상호지급보증
폐지 등에 관한 법안의 조속 마련을 요청한데 이어 5일에는 비상경제대책
위원회에도 관련 가이드라인의 조속한 제정을 지시, 김대중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당선자의 이같은 지시는 금융기관 정리해고 문제를 최대한 빠른 시일내
매듭지을 것과 함께 주문한 것이어서 노.사가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당선자가 5일 국민회의 시무식에서 "경제난국의 큰 책임이 있는 대기업이
먼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기업이 자기개혁을 할 것으로 믿으며 설사
이를 하지 않더라도 과거와 같은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
개혁의사를 확고하게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김당선자는 "국제신인도 제고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국제통화기금(IMF)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기업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기본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개혁이 정리해고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김당선자측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대기업개혁을 서두름에 따라
정리해고제 도입과 관련한 노동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면서 IMF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말했다.

김당선자측은 경제위기의 원인이 과거 정부하에서의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때문이라고 판단, 대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경영을 합리화하는데
방향을 맞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중이다.

특히 모든 불공정거래행위를 없애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경제
원칙을 확립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당선자측은 이를 위해 상호지급보증을 줄이고 상호출자제한제도를 폐지
하는 방안을 최대의 과제로 꼽고 있다.

특히 대기업 부실경영의 주범으로 지적돼온 상호지급보증 해소를 위해
2002년부터 연차적으로 보증채무에 대한 손비인정을 제한하려던 계획도
시행시기를 2년정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과다차입구조를 막아 수익위주의 경영을 유도하겠다는 의지이다.

또 대기업그룹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부실계열사를 조기정리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촉진할 수있도록 공정거래법상 출자
총액 제한제도를 폐지하는 등 여러가지 대책을 고려중이다.

상법을 개정하여 기업분할제를 도입, 기업퇴출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김당선자측은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인도를 하루속히 높여 조속한
시일내에 IMF관리체제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취임후 가능한한
최단시일내 대기업개혁에 대한 입법조치를 완료할 방침이다.

다만 산업활동 전반에 미칠 충격을 고려,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복안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개혁과 관련한 김당선자의 기본원칙은 지난연말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이제는 외형보다 이익을 중시해야 하며 짐되는 기업은 정리하라"
면서 "독과점과 불공정행위에 문제가 되지 않는한 기업활동에 전적인 자유가
보장될 것"이라고 발언한데서 큰 줄기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자율에 맡겨서는 조기에 실현될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김당선자가 올해 신년사에서 정경유착.관치금융의 병폐를 지적하며 "우리
내부의 저항과 제약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개혁들을 이번 기회를 전기로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정권초기에 과감한 대기업개혁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날 김대중당선자로부터 업무지시를 받고 나온 김용환 비대위원장은
김대중당선자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해 줬다.

"대기업 스스로 세계화시대에 적응할 수있는 국제수준의 경영태도를 갖춰
나가는 것이 가장 소망스럽다. 그러나 무작정 기다릴 수 만은 없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