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위기 진정은 미백악관과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국제통화기금(IMF) 및 김대중당선자간에 숱한 협상과 논의의 산물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백억달러의 조기 금융지원 등 한국의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 돌파구는 지난 22일 미정부 특사로 파견된 데이비드 립튼 재무차관과
김당선자의 면담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포스트지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립튼 차관을 한국에 파견하기 까지 백악관
에서 클린턴 대통령 주재로 수차례 고위 각료회담을 가졌다.

특히 이 회담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그리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한국의 금융위기를 방치할 경우 북한의
도발이 우려된다면서 대한지원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과 로렌스 서머스 차관은 한국이 경제개혁을
실천해야 국제자본시장이 움직일 것이라면서 한국 대통령선거가 끝나는 대로
당선자측과 향후의 경제정책 방향을 협의, 개혁에 대한 확답을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루빈 재무장관은 앨런 그린스펀 연준의장과 그의 수석보좌관인
에드윈 "테드" 트루먼, 그리고 IMF 고위관리들과 거의 매일 한국내 상황
악화에 관해 협의했다.

미 재무부는 한국의 자금지원 요청에 응할 뜻이 없다는 허장성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IMF와 한국이 경제개혁을 동의하는 조건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한국에 투입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대선이 끝난 후 한국정부가 이자제한의 상한을 높이고 환율변동폭을 철폐
함에따라 대한지원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김 당선자측은 현명치 못한 논평으로 금융시장을 동요케 하다가 미국정부에
경제개혁을 다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김당선자측은 "현정부에 비해 노동문제를 더 잘 처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IMF에 보냈으며, 김당선자 자신도 당선이 확정된 날 미셸 캉드쉬
IMF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비슷한 뜻을 전달했다.

이에따라 지난 19일 백악관 상황실 모임에서 루빈 재무장관과 서머스
차관은 각료회의 멤버들에게 한국에 대한 조기금융 지원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날오후 클린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립튼 차관을 주말에
한국에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립튼 차관은 김당선자 및 유종근전북지사 등 고위 경제참모들과의 면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로부터 12시간 정도가 지난 뒤 마침내 협상이 타결
됐다.

이에따라 임창열 부총리와 이경식 한은총재는 경제개혁과 시장개방을 약속한
서한을 캉드쉬 총재에게 보냈다.

IMF 조기금융지원 계획이 발표된 후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마침내
원화가치가 하루만에 23%나 급등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