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국은행들이 시중은행에 빌려준 단기 외화부채는 한국은행의 직접
차입형식을 빌려 상환하는 쪽으로 해법이 잡혀 가고 있다.

국내 진출 외국계은행 지점장들은 23일 오전 조선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만기도래 대출금을 모두 회수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외환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적극
추진키로 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이에따라 한국은행의 신용을 토대로 외화자금난을 덜어
주는 방안을 마련, 본점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지점별로 시행한다는 방침
이다.

한국은행도 이날 외국계 은행들의 움직임을 반영,한은 신용으로 2백억달러
까지 차입해 시중은행에 지원함으로써 만기연장 효과를 거두도록 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 방안은 시중은행이 외국계 은행들에 갚아야 할 외화를 한국은행이
빌려 시중은행에 지원, 시중은행이 이돈으로 빚을 갚도록해 외채 만기를
연장시키는 구도이다.

차입자의 명의를 시중은행에서 중앙은행으로 격상, 해외 금융기관들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외화 차입주체가 중앙은행으로 바뀌는 만큼 대출금의 만기도 단기가 아닌
1년반 2년 3년 등 중.장기로 늘리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미국계 은행의 한 지점장은 "공멸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본점과의 협의시간 등을
감안할 때 3~4일 가량 이후엔 이 방안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출규모나 자금회수 강도,추가 지원여력 등에서 차이가 커 외국계
은행들이 일제히 공동보조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계 은행쪽 관계자는 "그동안의 경향에 비춰 한국은행과 외국계 지점이
개별 접촉해 한국은행을 경유하는 형태로 자금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