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대출금 만기연장 방안에 대해 논의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는 데는 실패
했다.
외국계 은행 지점장들은 이날 한국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대출금에 대해선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안을 마련, 공동보조를 취할 계획이었으나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워낮 낮아 국가지급보증도 의미가 없다는 일부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외국계 은행들은 그러나 한국의 외환사정을 감안할 때 만기 대출금을 모두
회수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조만간 다시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재 논의키로 했다.
한편 재정경제원은 만기가 돌아온 외화표시 채권에 대해 외국금융기관
국내지점이 정부의 지급보증을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키로 했다.
<>.외국계은행 지점장들은 이날 회의직전 "대출규모나 대출한도도 차이가
나고 경영방침도 다른데 만기연장이라는 일률적인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회의 진행이 순조롭지 않음을 시사했다.
또 한 참석자는 "정보를 교환하는 단계이지 구체적인 행동이 나올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해 앞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임을 나타냈다.
실제 이날 일본계 은행 지점장들은 상당수가 불참했는데 이들은 이날
공동행동 지침을 만들기 위해 따로 모임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 나왔다.
<>.재정경제원은 이날 진영욱 금융정책과장을 회의장에 보내 우리의 외환
사정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외국계은행 지점들의 만기연장 여부가 외환위기 극복에 상당한 변수임을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진과장은 설명후 회의종료전에 회의장을 떠나면서 "외환보유고 자금유입규모
대출금상환일정 등에 대해 설명을 해 줬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계 은행 지점들이 만기연장 방안을 놓고 본점과 상의하자 본점
에서 한국정부의 설명을 요구, 설명을 하게 됐다"며 "OECD 가입국가들에
대한 대출은 BIS(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다소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진과장은 지난 10일 현재 단기부채는 3백40억달러, 연말까지 만기
도래분은 1백50억달러로 만기도래분중 지금까지 상당액이 상환돼 약 1백억
달러 가량이 남아 있다는 통계치를 제시했다.
<>.미국계 은행들은 만기연장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대한 대출규모가 적지 않아 대외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경우
적지 않은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계 은행의 한 지점장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은행을 활용해
신뢰감을 다시 찾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하며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때"라며 "외국은행에 신용장을 개설토록 허용하거나 한국은행이 나서서
단기 차입금을 장기로 돌려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