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금리 폭등, 환율 불안에 정치환경 변화까지
겹쳐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치 못한 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LG, 대우, 선경 등 주요 대기업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긴급자금지원에 따른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로 내년도
경영계획 수정작업에 돌입, 올해 중 이의 확정은 힘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사업계획은 경영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통상 연말까지는
확정돼 발표됐었으나 올해는 환율 금리 등 기초적인 경영 여건조차 예측할
수 없어 사업계획 확정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그룹은 일부 계열사들이 이미 사업계획을 세웠으나 최근 사장단
인사가 있었던 만큼 연말까지 각 계열사별로 사업계획안을 새로 마련한 뒤
그룹의 조정작업을 거쳐 내년 1월중순께 그룹차원의 사업계획을 확정키로
했다.

LG그룹의 경우 지난 11월중 각 기업문화단위(CU)장과 회장단이 컨센서스
미팅을 갖고 내년도 주요 투자계획 등을 마련했었으나 이달들어 구본무
그룹회장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고려해 이를 전면 재조정할 것을 지시,
현재 각 CU별로 사업계획을 다시 마련하고 있다.

대우그룹도 지난달 중순께 내년도 투자계획과 매출규모 등을 잡았으나
이달들어 상황이 급변,당시 계획을 전면 재조정중이라고 밝혔다.

대우는 최근 환율이 널뛰기를 하는 등 전체 경영전망이 너무 불투명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빨라도 내년 1월말께나 돼야 사업계획을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경그룹도 지금까지는 10월중 그룹차원에서 지침을 내린 뒤 해를 넘기지
않고 사업계획을 확정, 발표했으나 올해에는 IMF사태와 환율폭등 등으로
최근 다시 지침을 계열사에 내려 보냈으며 사업 구조조정과 투자문제 등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기때문에 올해내에 사업계획을 확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그룹의 경우 경제위기 타개를 모토로 내년에 외화수지 흑자를
올해보다 40% 늘리고 매출을 올해보다 14%가 늘어난 92조원으로 잡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계획을 마련, 발표했으나 상황이 계속 유동적이어서 이에
대한 보완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경영환경이 너무 유동적이어서 올해중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련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비록 내년초에 사업계획을
마련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계속 재조정작업을 병행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