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투신이 고객들의 자금으로 운용하고 있는 신탁재산은 어떻게 될까.

주식 채권 등으로 이뤄진 신탁재산은 이 회사의 수탁기관인 경기은행과
장기신용은행에 보관돼 있어 일단은 안전한 상태다.

회사의 운명과 펀드의 운명은 다르다는 얘기다.

또 정부가 업무정지명령을 내린 것도 고객재산을 보호하자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업무정지기간중에 고객들은 신탁재산을 인출할 수 없다.

이 기간중 신탁재산에 대한 충분한 실사를 거쳐 한국투자신탁에서 펀드를
인계받은 다음에야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펀드인계가 마무리되고 한국투신에서 업무가 이뤄지게 될 때
고객들이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특히 신탁재산에 편입된 유가증권이 싯가로 평가되는 주식은 별개로
치더라도 원리금을 중심으로 신탁회계처리되는 공사채의 경우엔 좀더 따져
보아야 한다.

지난 17일 현재 2조8천3백억원인 신세기투신의 수탁고중 공사채형이
2조6천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자금으로 그동안 운용을 통한 이자등을 합쳐 고객몫인 원리금은 약
3조원에 이르지만 싯가로 평가한 신탁재산은 3천억원이상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신세기투신의 고유계정에서 메워주게 되겠지만 그것으로
모자랄 가능성도 다분하다.

결국 고객들의 몫인 원리금과 평가재산의 차액을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보전해 주지 않는다면 경우에 따라선 원리금은 고사하고 원금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단순한 예로 1년마다 이자를 주는 3년만기 회사채를 연 12%의 유통수익률로
1천억원어치를 사들였다가 1년이 지난 경우를 보자.

1년후의 채권수익률이 연 12%로 매입수익률과 같다면 신탁회계상 재산과
평가재산이 모두 1천1백20억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채권수익률이 최근처럼 연 25%로 급등(채권값 하락)한 상황이라면
장부상 원리금은 1천1백20억원이지만 평가재산은 9백25억원에 그치게 된다.

원금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

평상시에는 이같은 차이가 나더라도 투신회사에서 원리금대로 고객에게
지불하고 회사측에서 불이익을 떠안는 것이 관행이었다.

또 채권수익률이 급락한 경우엔 회사측에서 오히려 유리한 측면도 있었다.

다만 이번 경우엔 펀드를 인계받은 한국투신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원리금
을 지급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고객들이 일시에 수익증권의 환매를 요청하며 현금상환을 요구하고
나서는 상황이 되면 보유 유가증권을 처분할 겨를이 없어 환매자금 부족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현재 관행적으로 당일에 주고 있는 환매자금은 증권투자신탁업법상 신청한
날로부터 15일이내에 지급하면 된다.

게다가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재경원장관의 승인을 얻어 환매기간을
연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투신전문가들은 긴요한 자금이 아니라면 환매를 자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자칫 환매사태가 벌어지면 값비싼 환매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데다 정상적
인 투신거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