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초반부터 수십차례 엎치락뒤치락 하던 이회창후보와 김대중후보간
선두다툼은 밤 10시30분께부터 우열이 드러나기 시작, 후보간 희비가
엇갈렸다.

김후보는 개표를 시작한지 4시간이 지날 무렵 이회창후보를 근소한 차로
나마 따돌린뒤 줄곧 1위를 달렸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당선사례를 서둘러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개표초반 엎치락뒤치락하던 판세가 밤이 깊어가면서 표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등 패배가 거의 기정사실화되자 "믿고 싶지 않은 가정이
현실화됐다"며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개표초반만해도 필승을 낙관하던 분위기는 중반이후 선두 김대중 후보와
1.5%포인트선으로 판세가 거의 고정되자 당직자들은 군데군데 모여
"야당전락" 이후의 사태추이를 전망하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자정을 넘기면서 MBC KBS SBS 등 방송3사가 예측프로그램을 가동,
김후보의 우세를 보도한데다 이회창 후보가 당사방문을 연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급랭했다.

한편 김윤환 이기택 공동선대위의장, 최병렬 공동선대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은 종합상황실에서 TV개표방송을 지켜보다 역전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자 자리를 떠 버려 상황실은 "체념"의 적막감에 사로 잡혔다.

한편 이회장후보는 새벽 2시가 넘어 낙선이 확정되자 당사로 나와 "결과에
승복한다. 김대중후보에게 축하한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피력.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은 19일 새벽 김대중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김대중대통령"을 연호하며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양당 관계자들은 사상 처음으로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된 탓인지
감격을 이기지 못한채 서로 부둥켜안고 박수를 치는 등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김종필 공동선대위의장은 "국민들이 내심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나름대로 심판하고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위대하다"고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했다.

김의장은 "앞으로 동서화합과 영호남 대결구도의 꼬리를 완전히 자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경제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생활속에 스며든
경제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양당 관계자들은 개표초반 김후보와 한나라당 이후보가 1위
자리를 놓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시소게임"을 벌이자 한때 긴장하기도.

김후보는 오후 6시30분께 공동선대위 상황실에 들러 미리 와있던 김의장,
박태준 자민련총재 등과 함께 선거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김후보는 보도진이 소감을 묻자 "6개월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선거를
치렀다"면서 "우리당 자체조사결과 3~4%정도의 차이로 이길 것을 예상했다"
고 말했다.

김후보는 또 "이번 선거는 우리 역사상 50년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되느냐, 민주주의가 정착되느냐, 경제대통령을 뽑을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국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이어 삼성의료원으로 가 전날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친동생
대의씨의 빈소에 조문한뒤 일산 자택으로 돌아가 부인 이희호여사와 함께
TV로 중계되는 개표상황을 지켜 봤다.

<>.국민신당 이인제후보 진영은 오후 5시께부터 당직자들이 속속 여의도
당사에 집결해 개표를 기다리면서 "선거혁명"에 잔뜩 기대를 거는 분위기
였으나 투표 마감직후부터 투표자 출구여론조사 결과가 전해지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

그러나 개표초반부터 한나라당 이회창, 국민회의 김대중후보에 이인제후보
가 크게 뒤처지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TV로 중계되는 개표실황을 지켜 보면서 막판 대역전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던 당직자들과 사무처요원들은 개표가 진행될수록 3위가 굳어지자
망연자실해하는 모습.

당 관계자들은 밤 10시가 넘으면서 당선권에서 완전히 탈락하자 당락에
관계없이 이인제 후보가 1위인 지역이 나오면 큰 박수와 함성을 지르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으로 최종 개표결과를 지켜 봤다.

또 이회창 김대중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다툼을 벌이자 일부
당직자들은 "DJ가 당선돼야 한나라당이 인책론 등 후유증으로 와해되면서
신당이 반사이익을 얻으며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며 은근히 DJ가 독주에
들어가길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MBC는 18일 오후6시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함께 실시한 투표자조사
결과를 발표.

KBS와 SBS가 18일 자정 전까지 일절 예측보도를 하지 않기로 한 방송협회
합의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는 등 신중을 기한 것과 달리
"위험을 무릅쓰고" 독자발표를 강행.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