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시청 2백50만가구 돌파.

출범 3년째를 맞은 올해 케이블TV는 외형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2차 종합유선방송국(SO)사업자 선정과 개국으로 케이블TV 전국시대를
바라보게 됐고, 위성과외 특수등에 힘입어 가입자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케이블을 통해 볼수 있는 채널수도 2월 개국한 아리랑TV와 국내외
위성방송등을 포함, 40개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불황때문에
누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등 케이블업계는 출범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2차 사업자로 선정된 24개 SO가운데 부천 드림씨티방송이 1일 본방송을
시작했고 성남과 안양방송이 내년1월 개국을 목표로 시험방송중이다.

중계유선 시청자의 상당부분을 흡수한 이들이 방송을 시작함으로써 가입자
수가 11월 한달동안 28만가구나 늘었다.

EBS 위성과외방송 실시도 케이블TV의 저변확대에 기여했다.

문제는 광고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료가입자수가 12월초 기준
81만9천여가구로 전체 가입자수의 30%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

이때문에 "2백50만"이라는 수치가 "거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입자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광고사정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되자
케이블업계, 특히 프로그램공급사(PP)들은 "방송"보다 "사업"측면에서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Q채널과 동아TV는 제작부서를 독립시켜 프로덕션으로 만들었고 각사별로
외주물 제작확대, 이벤트 활성화, 시설임대등 부대사업을 확대했다.

인천방송등 2차 지역민방의 개국이 프로그램 판로확보의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대로 불어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매각되기에 이르렀다.

음악전문채널인 m.net가 제일제당에 인수된데 이어 뉴스채널 YTN이
한국전력 자회사인 정보네트워크에 넘어갔다.

교육채널 마이TV도 최근 선경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여성채널 GTV와 교육채널 다솜방송은 여러 기업과 협상했으나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어 임금체불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PP들의 경영악화는 제작비 축소, 프로그램 부실로 이어졌다.

HBS드라마 "사랑하니까"가 SBS에서 방영되는등 케이블업계의 제작능력을
인정받은 사례도 있지만 전반적으론 자체제작 프로그램수 감소, 재편성 비율
증가로 인해 "볼게 없다"라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케이블업계의 이같은 현실과 맞물려 채널 장르 재조정, 티어링제도 도입등
"새틀짜기"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일부 PP들은 건강, 골프 채널로의 변경허가를 공보처에 신청했고, SO들은
가입자확보 차원에서 채널을 선택적으로 묶어 전송하는 티어링제의 도입을
요구했다.

PP간 수신료 배분에 투자몫과 기여도를 반영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은데
따라 채널별 시청률조사가 2차에 걸쳐 실시됐다.

결국 내년부터는 지금까지의 일률적인 공조체제에서 탈피, 각자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케이블TV 출범때부터 문제가 돼온 SO와 중계유선과의 갈등이
첨예화돼 프로그램 불법전송문제로 맞고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밖에 김현철씨 측근 이성호 전 대호건설사장 소유로 밝혀진 8개 SO가
겸영금지조항에 따라 공보처로부터 매각처분명령을 받았고,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됨에 따라 프로그램등급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됐다.

<박성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