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이 11일 발표한 담화내용은 IMF 관리체제에 대한 대국민사과에
주안점이 두어졌다.

당초에는 시간이 지나 담화를 발표하는 마당에 단순한 사과만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외환및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강력한 안정의지천명이 적극 검토됐으나 막판에 발표문
에서 빠졌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금융시장안정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이나 적극적인
의지를 천명했는데도 외환및 금융시장의 혼란이 수습되지 않을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져 혼란이 증폭될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환및 금융시장이 너무 급변하고 있어 상황예측을 제대로 할수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대의 경제현안인 외환및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김대통령이 이번 담화에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같은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 김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정치권의 IMF 재협상 주장에 대해서도 처음
에는 언급을 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와의 협상을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자제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처음에는 적극 검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둔 미묘한 시기에 이같은 언급을 했다가는
대선의 공정한 관리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제외시켰다는 후문
이다.

그러다보니 이번담화는 "알맹이없는 내용"이 되고 말았다.

IMF 관리체제에 대한 "기록용 담화"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
이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일을 당한데 대해 대통령이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고, 나중에 역사적 기록을 위해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발등의 불로 떨어진 외환및 금융시장 안정에 대해
적어도 포괄적이나마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해소
시켰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