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진은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흔히 일컬어진다.

미국의 생산설비가 국제화물결에 밀려 줄줄이 해외로 빠져 나갔지만
청바지만은 미국내에서 재단 및 생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청바지를 생산하는 미국의 3천여 생산업체중 재미교포가
경영하는 회사가 미국 제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재미실업인 구우율(46) 사장이 이끄는 구스매뉴팩처링
(Koo''s Manufacturing )이 바로 "미국 제일"이다.

로스앤젤레스시 중심가에서 남동쪽으로 48km쯤 떨어진 사우스게이트에
소재한 이 회사는 올 한햇동안 1억3천만달러어치(지난해엔 1억1천7백만달러)
의 청바지를 생산, 청바지업계의 1인자로서 자리를 굳혔다.

21년전 이 회사를 창립한 구사장은 "작은 목표를 향해 달려오다보니
어느새 큰 목표를 이루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5년 홍익대 금속공학과를 중퇴하고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 온
그는 잠시 집안일(봉제업)을 돕다가 아버지로부터 1만3천달러를 빌려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자본이 워낙 부족했던터라 30여명의 직원들에게 봉급을 6개월씩이나
지급하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이처럼 사업이 도중하차할 위기에서 그는 친지의 도움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

구사장은 "전력을 다해 뛰어서 사우스캘리포니아에 있는 7백여 한인 봉제
업체중 1인자가 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구사장은 "1백달러를 벌면 1백20달러를 재투자"할 정도로 사업확장을
지속했다.

그 결과 구스매뉴팩처링은 월 80만~1백만장의 청바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세계적인 봉제업체로 성장했다.

단일품(청바지) 생산업체로서 미국 제일의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근로환경 공장시설 역시 경쟁업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 있다.

캘빈클라인 갭 등 유명상표를 달고 전 세계를 누비는 제품들이 바로
구사장이 직접 설계한 대규모공장(대지 1만4백평, 건평 6천7백여평)에서
1천50명의 종업원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지붕아래서 재단 재봉 염색 세척 포장 발송 등의 일관작업이 이뤄짐에
따라 주문에서 발송까지 8일 걸린다.

경쟁업체들의 13일보다 훨씬 빠르다.

봉제공장의 실내 공기는 으레 혼탁하지만 이 공장은 초현대적인 환기시설을
갖춰 정밀기계공장처럼 산뜻하다.

구사장은 "아는게 청바지밖에 없다"면서 "전 사원이 세계 제1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자긍심으로 한가족처럼 단결해 갈등이 없는 점이 "청바지 왕"
이 된 비결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회사규모가 커지면 형제나 친인척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을 법하지만 이
회사안에는 구사장의 친인척이 한사람도 없는 것도 특징이다.

구사장은 대학중퇴에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평생을 바느질에 매달려
살아갈 나에게 대학졸업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대학졸업장보다는 내년초 착공 예정인 2천8백여평의 제2공장 설계도
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환하게 웃는다.

< LA=양준용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