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아시아의 금융혼란을 촉발시킨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과연 믿을만
한가.

이들이 내놓은 신용등급을 믿고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해를 본 국제투자가
들이 이들의 평가등급에 대한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기관인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기업 은행 국가 등의 신용도측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두 기관은 지난 7월초 태국에서 비롯된 동남아통화위기가 아시아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아시아물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미 투자가들은 상당한 손해를 입고 난 뒤였다.

무디스의 경우 태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단지 4개월만에 A2에서 Baa3로
4단계나 떨어뜨렸다.

S&P도 동남아(발)위기가 아시아전체로 번지자 일본 한국 할 것없이 아시아
전지역의 기업 은행 등의 신용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과잉반응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시장관계자들은 그러나 아시아지역에 대한 두기관의 신용등급은 향후
9~12개월동안 더욱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추가로 지불하는 금리인 본드
스프레드는 아시아지역의 경우 최하등급인 정크본드(위험도가 높은 반면
수익률이 높은 채권)수준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스위스은행(VBS)의 홍콩사무소 채권투자분석팀장 스테판 창은 "투자가들은
현재 아시아 딱지가 붙은 신용등급에 대해 에누리해서 받아들이고 있다"며
평가기관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우선 평가사들이 해당지역의
조사기관이나 증권사등이 얻을 수 있는 내용 이상으로 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폐쇄성이 강한 아시아지역의 경우 훨씬 빈약한 정보를 바탕으로
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투자가들은 그러나 신용평가사의 명성 때문에 이들이 내놓은 등급을
맹신하게 된다.

한때 무디스 분석가였던 메릴린치의 은행투자분석가인 린 엑스톤은
"기업들이 더 높은 등급을 받기위해 제공한 허위정보로 인해 부정확한
평가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신용평가의 또 다른 허점은 같은 평가방법을 회계방식이 다른 지역에도
적용한다는 점이다.

무디스의 한 관계자는 이에대해 "동일한 평가시스템은 투자가들에게 다른
지역의 신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지역의 BBB등급은 미국 및 유럽의 BBB등급보다 위험이
높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노스어메리카은행의 한 투자가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전에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아시아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려면 같은 신용등급을 받은
미국 및 유럽의 채권보다 평균 0.25~0.3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지불해야
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만큼은 신용평가의 잣대가 먹혀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아시아 경제의 신뢰도 추락과 함께 ''신용''을 먹고사는 무디스와 S&P의
신용도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