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증권의 부도로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여지없이 깨졌다.

가뜩이나 집단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는 종금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금융기관 부도는 정부가 어떻게든 막아주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를 더이상
할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위기감을 반영,5일 종금사 사장단이 김영섭 청와대경제수석과 만나
"더이상의 금융기관 부도는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5일 현재 영업정지 받은 9개 종금사를 제외한 21개사 가운데 당일 결제
자금을 제때 갚지 못해 부도위기에 몰린 종금사는 모두 9개사.

서울소재 4개사와 지방소재5개사로 모두 전환종금사다.

그러나 종금사 부도는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부도위기에 몰린 종금사에 정부가 지원한 외국환평형기금(6천억원)이 계속
연장되고 있고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기업어음(CP)를 담보로 종금사 발행
어음을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결제자금을 지원해 주도록 독려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미 벼랑끝으로 몰린 종금사의 경우 연일 결제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다 은행권이 언제 자금공급을 끊을지 불투명해 낙관만
할수는 없는 처지이다.

8개 종금사들은 지난3일에도 결제해야 할 1조8천억원을 못구해 정부와
은행권 지원으로 다음날인 4일 가까스로 막았으며 이같은 상황은 5일에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여기에 원래 4일 갚아야 할 1조9천억원(9개 종금사)과 함께 당초 5일
결제해야 할 자금도 함께 마련해야 하는등 이들 종금사들에게 필요한 자금은
불어만 가고 있다.

종금사의 무더기 영업정지로 인한 극도의 불신감은 예금인출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금업계의 자금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부도위기 대열에 끼는 종금사도 3일 8개사에서 4일 9개사로 늘었고
앞으로도 더 증가할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결국 국내랭킹 8위인 고려증권을 부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지금의
금융공황상황이 시정되지 않는 한 종금사의 집단부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금사들은 이미 운명을 정부와 은행의 결정에 맡긴 셈이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