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극장가의 최대 이슈는 애니메이션 전쟁.

할리우드 메이저사인 디즈니와 폭스가 일대 접전을 예고중인 가운데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경력의 만만찮은 영국의 클레이애니메이션이 가세해 3파전을
벌인다.

제일 먼저 개봉되는(13일) 것은 디즈니의 "인어공주".

미국에서 89년, 우리나라에서 91년에 나온 이 영화의 재개봉은 다분히
20세기폭스를 겨냥한 것이다.

싸움을 먼저 건 것은 20세기폭스.

빌 메케닉, 돈 블루스, 게리 골드만등 디즈니의 경영인과 제작자를
영입하고 6천만달러를 투입해 "아나스타샤"를 만들면서 디즈니를 긴장시켰다.

20세기폭스의 애니메이션 시장 진출은 디즈니의 최고 흥행작 "라이언 킹"이
10억달러(캐릭터상품 포함)를 벌어들이는 등 애니메이션이 황금시장으로
알려지면서 결정됐다는 후문.

이에 대해 디즈니는 김빼기작전으로 대응했다.

11월21일 미국 2천5백개 극장에서 "아나스타샤" 개봉이 결정되자
1주일전인 14일 2천54개 극장에 "인어공주"를 내건 것.

"아나스타샤"가 30일까지 3천1백70만달러를 벌어들일 때 "인어공주"는
2천3백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8년만에 재개봉된 작품이 신작의 60%를 벌어들인 것은 일단 주목할만한
사실.

그러나 "비디오로 나온 지도 한참된 영화로 맞불을 놓은 것은 기본윤리를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국내 재개봉도 미국에서의 경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어공주"는 "아나스타샤"개봉(20일) 1주일 전에
관객을 만난다.

디즈니에 부정적인 측에서는 "''인어공주''로 ''아나스타샤'' 깎아내리기에
성공하더라도 쓰러져가는 디즈니 만화왕국을 재건할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디즈니만화는 "인어공주"(서울관객 60만) "라이온 킹"(1백20만명)으로
상승곡선을 긋다가 "포카혼타스"(65만명) "노틀담의 꼽추"(60만명)
"헤라클레스"(25만명)으로 기세가 위축된 지 오래.

물론 "아나스타샤"도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다.

20세기폭스의 포부는 "꿈과 행복이 가득한 디즈니의 세계"를 거부하고
음모 배신등 인간의 어두운 면을 묘사해 성인관객을 끌어들인다는 것.

따라서 중고생및 대학생을 주타깃으로 설정했다고 말하지만 만화영화
최대의 관객인 어린이를 놓칠 경우 성공을 보장받을수 있겠냐는 의문이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아나스타샤"가 역사를 왜곡한다는 문제제기까지 나온
형편.

이것은 1917년 혁명의 와중에 살해당한 러시아황제 니콜라이2세의 딸인
아나스타샤를 묘사하면서 볼셰비키에 의한 왕실가족 처형을 빼고 스스로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한 한 여성의 일화를 덧붙인데서 나온 얘기.

역사소재 영화인데 픽션부분이 너무 커 관객에게 혼동을 준다는 설명이다.

2편의 대작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자 다른 작품이 어부지리를 얻을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TV용 리바이스 CF를 만든 데이니올 모리스와 마이클 모튼이 만든 클레이
애니메이션 "곡스"(20일 개봉)가 그 후보.

원시인을 형상화한 투박한 점토인형의 귀여운 제스처와 참신한 발상이
시종 웃음을 자아낸다.

95BAFTA, 95아틀란택, 95시카고국제 아동영화제등에서 상을 받았다.

클레이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색조가 다소 어두운 것이 단점.

<조정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