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Valuable fallout, December 5 >

아시아경제위기는 세계경제에 어느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경제전문가들은 동남아 경제위기가 한국과 일본으로까지 번지자 이들
지역에 대한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치를 수정하느라 여념이 없다.

미국 증권사인 골드만 삭스는 지난9월 일본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했으나 최근들어 0.6%로 수정했다.

당초 6~7%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던 한국과 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10여년동안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던 중국도 5~6%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위스의 UBS은행은 지난 90년이후 아시아가 세계경제 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아시아지역의 경기침체가 다른 지역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아시아국가들의 수입감소로 수출에 비상이 걸릴게 분명한데다 아시아국가
통화가치의 폭락은 더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아시아지역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이 4.4%, 미국
3.4%, 유럽연합(EU)이 2.7%에 불과하다.

내년에 아시아지역에서의 수입이 올해대비 평균 15% 감소했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은 0.5%, EU는 고작 0.25% 정도 둔화
되는 효과밖에 없다.

일본은 6년동안이나 저성장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왔기 때문에 아시아지역
수입감소로 인한 영향은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미국과 EU지역에 미칠 영향은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볼 수도 있다.

선진국들은 요즘 전례없는 호경기를 누리다 보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가 수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것도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감소는 금리의 추가인상 필요성을
오히려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반면 아시아지역의 경제위기는 선진국의 자본시장과 증시를 크게 위축시킬
것만은 틀림없다.

지난 10여년동안 일본금융기관들은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가장 "큰 손"
이었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자국 증시침체로 인한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하게 되면 미국증시뿐만 아니라 채권시장도 엄청난 회오리에
휩싸이게 될 것은 확실하다.

아시아경제위기는 브라질 러시아등 이른바 "이머징 마켓"에 가장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투자자들은 아시아지역의 금융위기 영향으로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기회가 아닌 리스크를 회피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국가의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고 중앙은행들은 자국통화를
방어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이머징 마켓에 흘러들어간 자금규모는 무려 2천억달러를 넘었다.

서방 은행들이 투자보다는 자금을 갖고 있는게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이상 이머징 마켓의 자금난은 해소될 길이 없는 셈이다.

< 정리=이성구 런던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