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한라중공업(업계 4위)이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대동조선(6위)의 모그룹인
수산그룹이 화의신청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의 지형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대형조선소간에 인수.합병바람마저 예상된다.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는 건조능력(연간 1백50만GT)으로 보면 세계 4위권을
달리는 조선소.

그러나 조직과 인원의 절반을 축소하겠다는 회사방침에 따라 이러한 위상은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라그룹측은 "단기간에 수익을 내지못하는 사업부를 정리하고 보유부동산
을 매각하는게 초점"이라며 조선쪽의 피해는 극소화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인원감축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3천명의 인력만 남게 되는데 이로선
현 규모 유지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조선소운영에 필수적인 해외수주영업인력과 설계인력 등이 감축대상에
포함된 점도 주목되는 내용이다.

따라서 업계는 한라중공업이 <>일부 독의 폐쇄후 생산물량을 줄이는 초긴축
경영 <>특수관계인 현대중공업에 영업 및 설계를 맡긴채 하청생산으로 전환
하는 방안 등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대동조선 역시 수산그룹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또다시 새주인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1순위로 떠오르는 기업이 한진중공업이다.

한진은 올해초 대동조선이 한보그룹에서 수산그룹으로 넘어갈 때 강력히
인수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한진중공업은 특히 기존 부지가 협소하고 설비가 노후해 설비이전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한진그룹 역시 주력기업인 대한항공의 환차손부담이 큰 상황에서
인수여력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진 관계자는 "대동조선이 올해 저가수주를 많이 해 예전보다는
상황이 나빠졌다"면서도 "인수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한진그룹이 사업구조조정 차원에서 한진중공업과 군함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코리아타코마를 합병할 것이란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현대 대우 삼성 등 나머지 업체들도 구조조정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설비증설의 후유증이 끝나지 않은데다 내년도 세계 조선경기 전망이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던 올해와는 달리 내년에는 세계 신조선 발주량이
2천3백만GT에 머물 것으로 보여 일본 등과의 치열한 수주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중공업체들이 90년대 초반 조선부문의 설비를 무리
하게 증설했던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중공업계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라고 분석했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