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질서를 지키면 손해''라거나 ''정당한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우리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침체 등을 반영,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낭비는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비율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쇼핑이 즐겁다''거나 ''비싸더라도 유명상표 제품을 산다''는 사람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는 26일 발표한 ''97년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조사는 지난 5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5대도시의 13~59세
남녀 4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제일기획은 이번 조사에서는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심화와 소비위축,
편리함을 중시하는 서구식 생활패턴의 확산 등이 특히 두드러졌다고 설명
했다.

<> 라이프스타일 ="법과 질서를 지키면 손해보게 돼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지난해 44%에서 올해에는 53%로 크게 높아졌다.

"정당한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보는 사람들도 71%에서 75%로
늘어났으며 "세금을 너무 많이 낸다"는 불만은 56%에서 63%로 증가했다.

결국 불황기를 맞아 사람들의 생활심리 저변에 부정적인 사회인식이 확산
되고 있으며 사회에 대한 불만증가는 "이민가는 것도 괜찮다"는 비율이
작년의 39%에서 41%로 높아지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동안 "어떤 경우에도 이혼은 안된다"는 사람이 감소추세였으나 올해엔
47%로 지난해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

불황으로 삶이 고달파지자 가족에 대한 애착은 반사적으로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때문인지 소비심리의 위축이 확연하게 나타났다.

"생활을 즐기기 위해 어느정도의 낭비는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었으나 올해엔 작년의 44%에서 40%로 감소했다.

"쇼핑이 즐겁다"는 사람들도 지난해의 47%에서 41%로 급감하고 "비싸도
유명상표제품을 산다"는 사람 역시 30%에서 26%로 줄었다.

경기침체로 소비패턴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는 직장관과 생활패턴에도 영향을 미쳐 "수입을 위해 일을 더
하기보다는 여가시간을 갖겠다"는 비율이 지난해 50%에서 올핸 49%로 감소
했다.

비록 소폭이지만 여가를 우선시하는 사람의 비율이 줄어들기는 최근 5년
동안 올해가 처음이다.

또 직장생활보다 개인생활이 중요하다는 사람이 39%에 그친데 비해 조직의
일을 더 중시한다는 사람은 43%에 달했다.

보험가입률은 지난 5년간 44,47,51,56,65%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올해의 전년대비 보험가입률 증가폭은 9%포인트로 최근 5년중 가장
크다.

불황을 맞아 앞날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다.

<> 식생활 =서구적 편의지향성이 뚜렷하다.

조사시점에서 최근 3개월간 햄을 구입했다는 사람들이 20%로 지난해(11%)
보다 거의 두배로 늘어났다.

베이컨 구입자는 11%에서 13%, 치즈 구입자는 39%에서 40%로 증가했다.

메이커에서 제조한 포장콩나물(44%->47%) 고추장(39%->45%) 된장(40%->45%)
참기름(48%->53%) 등을 구입했다는 응답자도 1년전에 비해 모두 늘어났다.

식생활이 점점 더 서구화및 편의지향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가 식탁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주류의 경우 불경기로 속상한 일이 많은 탓인지 "술을 마신다"는 성인남녀
가 지난해엔 71%였으나 금년엔 77%로 늘어났다.

하지만 숙취제거음료소비가 줄고있는 점에 비춰 예년만큼 술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3개월내에 양주를 마셔본 비율은 지난해 54%에서 46%로 하락, 불경기로
값비싼 술을 덜 마시는 걸로 나타났다.

<> 의생활 =스포츠의류를 갖고 있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94년부터 매년 39,41,42,44%로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야구 농구 축구
등의 스포츠열기로 스포츠웨어를 일상복으로 입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골프옷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는 않으나 점점 증가(94년부터 4,5,
8,15%)하고 있는 추세다.

<> 주생활 =대도시의 아파트거주율이 해마다 상승, 93년의 31%에서 96년
36%, 97년 40%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특정 아파트를 선호하는 요인으로 "튼튼해서(33%)"라는
응답률이 가장 높아 부실공사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다음으로 유명회사제품(32%) 아파트구조(23%) 주위의 평판(12%) 순으로
특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증가해온 침대소유율이 작년의 55%에서 50%로 감소, 눈길을 끄는데
이는 불황탓으로 여겨진다.

에어컨소유율은 매년 증가, 94년의 11%에서 올해엔 27%로 높아졌다.

<> 미용용품 =마사지크림 팩과 같은 손길이 많이 가는 제품에 대한 사용률
은 줄어드는 반면 에센스의 사용률은 증가, 화장품에서도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마사지크림의 사용률이 지난 93년 66%에서 올해에는 60%로, 팩은 이 기간중
54%에서 50%로 감소했다.

반면에 에센스사용률은 60%에서 68%로 늘어났다.

따라서 한번에 여러 기능의 화장품을 바를수 있는 복합기능화장품이 앞으로
인기가 있을 것 같다.

<> 가정용 기기 =불경기에도 불구, 가전제품의 대형화추세는 식지 않고
있다.

TV의 경우 93년에는 20인치소유율이 27%로 가장 높았지만 올해엔 25인치
(24%) 29인치(20%)가 1,2위를 차지하고 20인치는 17%로 추락했다.

냉장고와 세탁기의 평균용량도 해마다 커져 냉장고 4백26리터(93년
3백10리터), 세탁기 7.2kg(93년 5.5kg)에 달했다.

휴대폰소유율은 지난 94년의 4%에서 올해엔 14%로 3배이상으로 늘어나고
컴퓨터도 94년의 32%에서 올해는 41%로 증가, 정보화의 물결은 거스를수
없는 대세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