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다시 1천1백원대를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 긴급자금 지원신청이라는 극약처방의 약효가 외환시장
에서는 채 이틀(거래일수 기준)도 지속되지 못한 셈이다.

환율이 1천1백원대로 다시 상승한데는 시장내의 불안심리가 여전한 때문
으로 분석된다.

외화유동성이 당장 나아질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불안심리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한 딜러는 "무역수지가 개선된다고 해도 해외 자본유입이 안되고 있어
불안심리가 해소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일본에서 은행 증권 등의 도산이
잇따라 한국에 외화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여기에 외환개선 명령으로 달러화 확보가 절체절명의 과제가 돼 버린
종금사들이 이날 환율 상승탄력을 높였다.

환율 수준에 개의치 않고 무조건적으로 달러화 사들이기에 집착한 탓이다.

종금사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곤 외국환을 다루는 은행권과의 외화자금
크레딧라인은 거의 끊겨 외환딜러들을 통해 매수주문을 못내는 상황.

때문에 외환중개실을 통해 직접 달러화를 사들이고 있는데 거래수준보다
높게 나온 매도물량을 걷어 갈 수밖에 없어 환율을 밀어 올린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수급 불안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당분간
환율이 상승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체이스 맨하탄 은행의 김명한 부지점장은 "긴급자금 지원요청의 긍정적
효과는 지난 금요일 하루의 급락세로 끝난 것 같다"며 "환율 등락폭이 상하
10%로 넓어진 점을 감안하면 올해말까지의 환율대는 1천50~1천2백50원대에서
큰 폭으로 출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딜러들은 IMF로 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은 나라들이 하나처럼 환율이
더오르는 현상을 보였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의 화폐가치는 멕시코의 경우 대략 27% 절하
됐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지원이후 각각 20%, 10%의 절하폭을 나타낸후 지금도
절하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날 1천1백원대가 너무 쉽게 붕괴된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내의 상승심리가 아직까지는 의외로 강하다는 반증이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환율이 1천3백원대를 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절하폭이 너무 커서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고 그동안 추이를 보면 1천2백원
(거래가 사상최고치)이 저항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IMF 긴급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환율은 다시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책은행의 한 딜러는 "IMF에 긴급자금 지원 신청이 이뤄졌지만 구체화된
내용이 없어 해외 금융기관들이 보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지원
규모나 조건 등이 결정되면 환율은 다시 안정세를 띨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