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21일저녁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이회창후보, 조순총재,
국민회의 김대중총재, 자민련 박태준총재 등 정당지도자들과 만찬을 함께
하며 외환위기등 당면한 경제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김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정부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요청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했으며 정당지도자들은 이의가 없음을 밝혔다.

또 금융개혁법안과 관련, 정당지도자들은 3당정책위의장이 경제부총리와
협의, 조속히 처리하도록 합의했다.

김대통령은 또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만나
우리정부가 취한 금융시장안정조치를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민련 박총재는 특히 사적으로 일본의 고위관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금융시장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김대통령은 박총재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만찬회동은 저녁7시30분부터 2시간40분정도 진행됐다.

다음은 대화요지.

< IMF 구제금융 문제 >

<>김대중 총재=IMF 자금활용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난 85년 IMF 지원자금에서 졸업했으나 당시 IMF의 여러가지
충고와 압력은 우리경제의 체질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IMF는 제국주의자도 아니고 좋은 국제협력기관이다.

IMF가 인정할수 있는 경제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인재다.

대통령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김대통령=책임을 느낀다.

<>조순 총재=IMF 자금지원은 올바른 방향이다.

그동안 정부가 자금지원을 받는게 잘못된 것이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줘 왔는데 그러한 인상을 준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이회창 후보=IMF자금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 금융개혁법안 >

<>김대중총재=이번 금융개혁은 다소 관주도적인 경향이 있다.

정부가 총감독을 하겠다면 관치금융으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

11개법안은 통과시키고 나머지 2개법안은 선거후 처리하자.

순리대로 풀어가야 한다.

<>이회창후보=정부가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토론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민주주의는 논의와 토의를 거쳐 통과시키는 절차에 있다.

우리도 일방적인 통과는 안한다는 입장이었다.

우리가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 않느냐.

<>조순총재=금융개혁은 자율화가 기본이 돼야 한다.

중앙은행은 행정부의 통제를 덜 받아야 하는데 이들 법안은 이러한 기본
방향과 어긋난다.

한은과 각당의 의견을 수렴한뒤 통과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 APEC 정상회의 참석문제 >

<>이회창후보=국민들은 이런때에 꼭 외국에 나가야 하느냐는 마음이다.

<>김대중총재=대통령이 APEC에 가는 것은 필요하다.

실제 IMF를 움직이는 것은 미국과 일본이다.

두나라 정상을 만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참여해서 적극 협력을 구해야 한다.

만약 안간다면 위기가 아주 심각한 것처럼 보여져 국제신인도가 더
떨어진다.

준비 잘해서 교섭을 잘해야 한다.

<최완수 김태완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