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잡화매장입니다.

올라갑~니다"

일본의 백화점에선 조만간 이 간드러진 목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백화점들이 이른바 "엘리베이터 걸"들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

오사카의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최근 엘리베이터 8대중 6대를 "셀프 운행"
체제로 바꿨다.

도쿄분점엔 아예 엘리베이터 안내원을 한명도 배치하지 않았다.

도쿄 니혼바시에 있는 미스코시 백화점도 엘리베이터 11대중 1대에서만
엘리베이터걸이 고객을 안내한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일본 백화점 업계는 수지맞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하루가 다르게 뜸해지는데다 씀씀이도 점점 박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백화점측으로선 비용절감이 절실하게 된 것.

절감대상의 1순위가 바로 엘리베이터 걸이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가 인용 보도한 업계조사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안내가 백화점 서비스중 과대포장에 이어 두번째로 불필요한 것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에서 엘리베이터 안내의 역사는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화점의 탄생과 함께 육중한 아코디언식 문이 달린 엘리베이터가 첫선을
보였을 당시엔 손님들이 문을 여닫기가 역부족이었다고.

손님을 위해 이 무거운 문을 열고 닫아주는 것이 필수였다는 얘기다.

물론 건장한 남성 도우미들이 이 임무를 담당했다.

2차대전이 끝나고 버튼식 엘리베이터가 등장하면서 여성들이 이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그렇지만 누구나 간단히 엘리베이터를 조작할 수 있게 된 요즘엔
엘리베이터 걸이 없어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백화점으로선 서비스질의 저하를 최소화하면서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몇안되는 부분인 셈이다.

사회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바뀐 것도 이들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소위 가려운 곳을 꼭 집어 긁어주는 것이 전통적인 일본 서비스 정신이다.

주유소에서 차안의 재떨이를 비워주거나 이발소에서 귀를 소제해 주는
등의 세심한 정성을 최고로 쳤던 것.

하지만 요사이 일본인들 사이엔 꼭 필요한 서비스만 받자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자연히 엘리베이터 걸도 인력낭비로 여겨지는 분위기.

챙넓은 모자에 흰장갑, 인형같은 미소의 엘리베이터 걸은 멀지않아 일본
에서 "그때 그사람"쯤으로 기억될 지도 모른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