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법안 처리가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한국은행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직원들의 반발강도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이날 역대 한국은행 총재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감독기구통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식발표한 것을 비롯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회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반대투쟁에 동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은 등 3개 감독기관 직원들은 금융개혁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전직원이 총사퇴하고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 자칫하면 국가경제
전체가 사실상 마비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개혁법안 통과에 대한 한은 직원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일선부서를 제외하곤 사실상 총파업에 들어간 상태.

14일 오전 한은 직원 4백여명은 국회재경위에 참석하려다 저지를 받고
경찰과 대치중 1백76명(한은 1백24명 증권감독원 5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이들이 이날 오후 늦게 까지 풀려나지 않았는데다 경찰은 일부 직원들을
사법처리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직원들이 거세게 흥분하는 분위기.

또 은행에 남아있던 직원 1천여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연속 규탄대회를
갖고 강력히 저항키로 결의.

특히 이날 낮 12시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노조와 함께 개최한 "한은법
개악및 금융감독원 설립 원천무효를 위한 규탄대회"에서는 관련 법률안의
재경위 통과와 함께 총파업에 돌입키로 결의.

이들은 원칙적으로 출납 국고 외환 등 국가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부서는
파업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나 일부에서는 모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
중앙은행의 업무가 올스톱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실정.

만일 일선부서까지 파업에 동참하면 당장 은행들에 현금공급이 중단돼
국가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

또 외환및 자금시장에도 불안감을 더할것으로 예상.

증권.보험감독원도 총파업에 이어 총사퇴서명운동에 나설 것을 결의.

<>.강경식 부총리 이경식 한은총재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 등은 지난 9일과
10일밤 잇따라 만나 금융개혁법률의 회기내 통과를 합의했다는 후문.

이들이 지난 9일밤 만난 목적은 금융시장 안정대책 마련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금융개혁법안 처리가 주된 안건이었다고.

이들은 또 지난 10일밤에도 만나 "은감원을 한은에서 분리한다"는 원칙만
지켜진다면 국회에서 수정도 가능하다는 선에서 최종 합의를 본 것으로
안다고 한 관계자는 전언.

<>.이날 민병도 제7대 총재 등 역대총재들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개혁법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순전히 역대총재들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이들은 국회에서 금융개혁법안 통과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동안 전화 등을
통해 의견을 모은뒤 이날 낮 12시 오찬모임에서 반대의견을 피력키로 최종
합의했다는 후문.

이날 오찬모임엔 민병도 하영기 최창락 김건 김명호 전총재 등 5명이
참석했으나 이들 역대총재들은 모든 총재들의 의견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

역대총재들은 그러나 이경식 총재와는 접촉이 없었다고 밝혀 이총재와의
의견차이가 심함을 노출.

한편 한은직원들은 역대총재들이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기자회견을 통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약간 늦은 감은 있으나 백만원군을 얻은 것 같다고
반기는 모습.

한편 정부의 금융개혁법안에 찬성의 뜻을 밝힌 이경식 한은총재는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중단한채 사무실에서 두문불출.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