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때 아마추어들은 파나 버디를 생각한다.

파를 잡아야만 그홀을 이기고 버디를 잡아야 완승을 이룰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보기만 해도 "훌륭한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너무
많다.

보기만 해도 다른 골퍼들을 제압하는데 우리들은 항상 파만 잡으려하다가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하며 승리를 헌납하는 것.

꼭 이겨야 하는 홀에서 당신의 티샷이 토핑이 돼 굴러가면 당신의
머리속엔 "이거 졌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티샷 실수에도 불구 당신은 세컨드샷을 올리려 하고 세컨드샷이
안 올라가면 다시 무리를 해서 서드샷을 붙이려 한다.

서드샷이 안 붙으면 롱퍼트를 넣으려하고 그 롱퍼트를 넣으려하다가
3퍼트까지 겹친다.

그런데 그홀 플레이를 끝내고보면 동반자들도 모두 보기에 그치거나
더블보기까지 나온 것을 깨닫게 된다.

그때 당신은 혼자 중얼거린다.

"진작 보기한다고 쳤으면 보기는 충분히 하는건데..."라고.

골프는 매번 그와 같다.

프로건 아마추어건 로핸디캐퍼이건 보기플레이어이건 "보기"는 언제나
"밑질 것이 전혀 없는 스코어"이다.

프로가 트리플보기를 하나 범하면 무려 3개홀에서 버디를 잡아야
"이븐파"로 복구된다.

프로가 그럴진데 아마추어야 오죽 하겠는가.

보기의 가치를 인정할줄 알면 그 골퍼야 말로 최강자이다.

보기는 "내가 3번 실수하면 상대는 4번 실수한다"는 속성을 전제로 한다.

그것만 알면 당신은 영원한 승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