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과 민주당의 전격 합당선언은 양당의 이해관계로 볼때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수세반전의 승부수를 찾던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와 명예로운 퇴진을 바라는
조순 민주당 총재, 정치적 재기를 꿈꾸는 이기택 전민주당총재 등 합당추진
의 세 당사자들에게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사면문제와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의 비자금설
폭로 등 잇단 악수로 지지도가 급락했던 이총재로서는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를 갖춘 "경제통"을 영입함으로써 득표력을 상당부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김영삼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3김정치 청산"을
같이 주창하던 조총재와 연대함으로써 "반DJT연대"의 대표주자로 부상,
여론의 추이에 따라서는 막판 대역전승도 기대할수 있게 됐다.

한자리대의 지지율로 대선행보가 불투명했던 조총재도 이총재 못지 않게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게 됐다.

이총재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중도사퇴의 탈출구와 제1당의 총재직을 동시에
확보할 기회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김대중총재와 결별후 총선과 보궐선거에서의 잇단 패배로 "정치적 사망"
상태까지 몰렸던 이 전총재 역시 "미니정당"의 굴레를 벗고 화려한 "정치적
재기"를 노릴수 있는 지분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국민회의는 조총재가 김총재를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와 연대하지 않고 이총재와 힘을 합치자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지율 3.4위가 "반DJP연대"를 사실상 주도적으로 이끌게 돼 김총재의
당선가능성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민신당측도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조순" 연대 지지율은 최대
20%대로 상승세가 미비,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전지사와 조총재간 연대가 좌절된데는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지만 "세대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을 감안하면 충분히 대선승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극적인 합당선언에도 불구, "이회창-조순" 연대는 거의 굳어지고
있는 대선판도를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선을 불과 40일 남긴 시점에서 여론지지도면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두 후보의 연대는 "김대중-이인제-이회창" 3자대결로 대선구도를 단순화
시킨 것 이외에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통합협상과정에서 당직분배문제 지분문제 등으로 난항을 거듭할 경우
후보단일화라는 극적효과도 반감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태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