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에서는 5일 두차례의 "취소"소동이 있었다.

국민회의는 이날 오전 대변인논평을 통해 "김현철씨에 대한 각종 제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당국은 담당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전화감청,
거주지에 대한 출입자 체크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회의는 또 국민신당관련 8대의혹중 하나로 김현철씨가 관리해온
대선자금 1천4백여억원중 2백억원이 청와대 손명순 여사를 통해 이인제씨
부인인 김은숙씨에게 전달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국민회의는 "전화감청"요구를 법적 문제 등을 들어 1시간뒤 취소
했고 얼마뒤에는 다시 "제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타인의 제보를
문건화함으로써 당의 공식입장이 될 우려가 있다"며 8대의혹중 첫번째로
언급한 "2백억원지원설"을 취소했다.

국민회의의 이런 조치는 잘못을 인정하고 신속히 정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면 긍정적으로 평가받을만하다.

하지만 똑같은 일도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잘못이라는 식의 "세상
보기"를 접한듯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야당이 당초 김현철씨와 관련해 사법당국에 요구한 감청 및 출입자감시
등은 얼핏보면 김영삼 대통령이나 김대중 총재가 받았던 "연금"을 연상시킨다

민주화를 부르짖고 싸워왔다는 야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치활동을 할지
모른다는 개연성만으로 권위주의정권시절의 "연금"같은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지.

더욱이 제보내용을 여과없이 공개한 것은 책임있는 정당의 처신이 아니다.

국민회의도 김대중비자금파문때 신한국당의 "제보"주장을 "흑색선전"
"음해"라며 맹비난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다른 제보내용은 취소하지 않으면서 유독 영부인의 실명이 거론된
것만 취소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취소하려면 확인되지 않은 다른 제보들의 소개도 마땅히 취소했어야 했다.

특정인의 인격만 보호받아야 하는 나라가 아닌지 않은가.

허귀식 < 정치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