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상사에 다니는 김상호(31)대리.

이달초 핸드폰을 잃어버린 뒤 잠을 못잔다.

아까워서가 아니다.

억울해서다.

분실직후 전화기를 다시 사려고 했다.

그런데 원래 샀던 가격의 세배나 되는 돈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면 전화기를 쓰지 않겠다고 하자 그래도 1년간은 기본료를 내야
한다는 기막힌 얘기를 들었다.

핸드폰을 사자니 억울하고 안사자니 "생돈"을 낼 판이다.

김대리가 산 제품은 회사에서 단체로 싸게 구입한 것이다.

김대리는 소위 법인가입자다.

단체 구입제품은 원래 값을 깎아주게 마련이다.

여기에다 이동통신회사들간의 가입자 확보경쟁은 할인폭 넓히기에 불을
댕겼다.

소비자가격이 41만원이나 하는 제품도 법인가입자에겐 13만5천원에 준다.

또 보증금도 이동통신회사가 부담한다.

할인없이 살 경우 가입비를 포함해 핸드폰을 개통하는데 68만원드는
것이 20만5천원이면 끝난다.

이동통신회사의 계산은 이렇다.

전화기 값은 밑지더라도 통신료로 충분히 뽑을 수 있다는 것.

한 1년만 사용하면 싸게 준 값정도야 빠진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곤란한 것은 김대리처럼 중도에 핸드폰을 잃어버린 경우다.

이때는 통신료로 돈을 뽑아낸다는 계획에 차질이 올수 밖에 없다.

이동통신회사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전화를 쓰지 않더라도 무조건 1년간은 매달 기본료의 절반인 9천원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 돈이라도 받아야 밑지는 장사를 면할수 있다는 속내다.

휴대폰을 다시 사려고 할때 할인을 적용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값을 또 깎아줄 경우 통신료로 보충하는데 시간이 걸려 아예 정상가격을
내고 사갈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김대리는 핸드폰만 새로 사서 예전 번호를 쓰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

대신 일반가입자로 새로 가입해 할인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작정이다.

지난번에 샀던 것과 같은 기종이지만 5만5천원이 비싼 18만5천원이다.

소비자가격보다 22만5천원이나 싸다.

비록 잃어버린 핸드폰의 기본료로 매달 "생돈" 9천원을 내야하지만
그래도 이익이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