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는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사이코 스릴러 영화다.

연출자 김성홍 감독은 친구를 질투하는 여성을 그린 "손톱"으로 상당한
성공 (관객 13만9천명)을 거둔 인물.

국내에서 대중화되지 않은 분야를 꾸준히 작품화하는 시도는 장르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엔 칭찬만으로 일관하기 힘든 점이 많다.

작품의 축은 고부갈등.

50대초반이지만 여전히 젊고 매력적인 시어머니 (윤소정)와 갓 시집온
며느리 (최지우) 사이의 긴장이 극단적으로 펼쳐져 결국 시어머니가
아들을 죽이고 (우발적으로) 자기도 죽는 것으로 끝난다.

20대에 남편을 잃고 30년동안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산 홀어머니는
결혼후 아들을 뺏겼다는 박탈감을 느끼고 그것은 교양미 넘치던 그녀를
극단적 성격의 소유자로 바꾼다.

아들 앞에서는 "수진 (최지우) 아, 왜 그것밖에 안먹니"라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자상한 시어머니가 단둘이 음식준비 도중 며느리가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자 "요즘 것들은 남편 가랑이만 꿰차는 게 결혼인줄
알아. 간하나 제대로 못 맞추면서"라고 폭언을 퍼부으며 식칼을 던진다.

여기까지는 좀 과장됐다는 느낌은 주지만 그런대로 관객을 끌고 간다.

심야에 아들 부부침실 문을 불쑥 열거나 며느리에게서 아들 속옷을 뺏어
자기가 세탁하려는 것도 애교로 볼수 있다.

그러나 욕실에서의 물고문, 골프채 휘두르기 등 이후 상황은 도무지
수긍하기 어렵다.

물론 사이코스릴러물은 합리적인 상황만 담을 수는 없다.

"손톱"에서는 친구집에 몰래 들어가 그 남편을 유혹하고, 외국영화
"미저리"에서는 소설가를 사랑한 간호사가 그를 붙잡아두려 그의 신체를
절단하려 하기도 한다.

문제는 비합리성에도 불구하고 극에 몰입하게 만드느냐 그렇지 못하냐가
아닐까.

"올가미"를 보는 관객들은 비명을 지른 횟수만큼 무리한 상황에 대해
웃음을 터뜨렸다.

극에 충분히 몰입되지 못한 것이다.

고부간 싸움에 눌려서인지 아들의 연기도 약하다는 느낌을 준다.

11월1일 서울극장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