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식 "라보엠"이 공연된다.

모스크바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 오페라단이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
초청으로 내한, 30일~11월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공연하는 것.

이 극장의 "라보엠"은 그동안 국내에서 공연된 이탈리아식 "라보엠"과
사뭇 다르다.

사실주의 연기론인 "스타니슬라프스키 메소드"를 창안, 세계 연극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연극연출가 스타니슬라프스키의 이름을 딴 극장답게
연극적 요소가 음악 못지 않게 강조돼 종합극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에 없는 로돌포의 회상장면으로 시작되는 것도 연극성을 살린 부분.

서곡연주 전에 나오는 이 장면에서는 특히 젊은 예술가들의 이상을
상징하는 16마리의 비둘기를 날려 관객을 끌어들인다.

시대배경과 음악, 줄거리는 원작대로지만 등장인물들의 연기와 조명,
효과, 의상등엔 현대적인 연극어법을 과감히 도입한다.

등장인물들은 과장되고 상징적인 오페라 연기와 달리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연기한다.

마르첼로의 애인인 뮤제타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자동차위에 누워 유명한
아리아 "왈츠"를 부른다.

조명을 5백여가지로 바꾸며 사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연출기법도
주목할 대목.

연출자 알렉산드르 티텔은 "영화 촬영처럼 모든 출연진이 세밀하게 계산된
상태로 연기한다"고 얘기한다.

출연진은 소프라노 올가 구리아코바, 안나 카자코바(미미), 테너 아마메드
아가디, 미하일 우르소프(로돌포), 소프라노 히블라 게르츠마바, 류드밀라
슬레프네바(뮤제타), 바리톤 에브게니 폴리카닌, 이고르 모로조프(마르첼로)
등 러시아의 젊은 성악가들로 짜여졌다.

지휘는 볼프 고레릭, 관현악은 코리아콘서트오케스트라.

러시아에서 주역진을 비롯해 성악가, 합창단, 비둘기조련사,
조명.연출.분장스태프등 1백여명이 내한했다.

587-1950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