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환환율은 24일 한때 9백30일까지 치솟는 급등세였다.

외환당국 관계자조차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고
얘기할 정도다.

이에따라 그동안 설로만 그쳤던 "외환위기"는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날의 환율급등 배경에 동남아국가 금융시장에
형성된 난기류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원.달러 환율은 우리경제의 내부적 요인, 즉 부도여파로
이에따라 인한 불투명성, 외화자금난과 증시의 외국인매도세 등에 의해
움직였다.

게다가 시장 개방정도도 아직 낮아 환율변동 요인은 국내여건으로 국한되는
틀을 유지했다.

이 틀이 이날 깨져 버렸다는게 바로 시장 관계자들의 우려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원화값 절하심리가 강한 상황에서 외부충격까지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환율 불안심리가 심화되는 양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외환당국이 시장구조상 동남아 화폐위기가 국내로
확산될 가능성이 없다는 논리를 펴온 것도 심리적 충격을 크게 한 요인
이었다"고 덧붙였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원화값이 많이 절하됐기 때문에 추가 절하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환율 안정의지를 밝히고 있다.

실제 이날 외환시장에는 외환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얘기들이
나돌기도 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NDF(역외선물환)시장에서 환투기를 하는 일부 업체에
대해 외환당국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조사를 시작했다는 설도 나왔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창구지도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동남아 금융시장 움직임과 연계되기 시작했다고 볼 때 외환당국의
안전판역할도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체이스맨하탄은행의 이성희차장은 "환율이 급등하면서 시장심리가 워낙
불안해져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까지 일으키는 양상"이라며 "앞으로 원.달러
환율 안정여부는 동남아 금융시장 동향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외환시장도 외생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그동안 환율수준이 점차 높아 가면서 외환당국의
환율안정 의지도 퇴색, 시장의 힘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통화위기가 지속될 경우 멕시코와 같은 외환위기도 도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딜러는 "따라서 외환당국이 가수요 심리를 차단할수 있는 강력한 안정책
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환율은 추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기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