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는 5사 체제다.

현대 삼성 대우 쌍용 기아그룹 등 10대 그룹내 5개 그룹이 자동차사업에
목을 걸고 있다.

현대는 이미 자동차가 "수석 계열사"이고 삼성과 대우는 이 사업에 그룹의
미래를 걸다시피 했다.

자칫 자동차사업이 삐걱이라도 하는 날에는 그룹 전체가 송두리째
날아가버릴 사업구조다.

이미 쌍용그룹이 자동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은 그 좋은
사례다.

문제는 기아자동차가 어느 기업에 넘어가더라도 국내 자동차산업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아가 누구 것이 되건 삼성이 새롭게 자동차산업에 진출하기 전의 구조와
달라질 것이 없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을 뿐이다.

이래서야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건전한 구조조정을 거쳤다고 말할 수가
없다.

미국시장은 연간 1천5백만대의 자동차가 팔리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엔 이른바 "빅3"라 해서 GM 포드 크라이슬러 3개사 체제만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차 팔기가 어렵다며 무역상대국에 무리한 통상압력을 넣기
바쁘다.

프랑스는 2백30만대 시장인데 르노와 PSA그룹의 2개사 체제고 1백90만대
시장 규모의 이탈리아는 피아트 단일사 체제다.

일본이 다소 많은 6개 계열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시장규모가 7백만대다.

그래도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아가 기존사에 흡수돼도 4개사 체제다.

시장은 고작 1백55만대에 불과한데 말이다.

너무 많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여기서 출발한다.

방법은 두가지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단시일내에 경쟁력을 선진업체 수준으로
높여나가든지 아니면 <>1~2개의 경쟁력있는 업체로 헤쳐모이는 방법이다.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취약한 경쟁력을 가졌는지는 해외 유력업체와
비교하면 금방 드러난다.

자동차의 경쟁력을 따지는 지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이다.

도요타는 1인당 46.2대(95년)를 생산한다.

미쓰비시는 45.2대다.

반면 한국 완성차 7사의 지난해 1인당 생산대수는 26.1대에 불과했다.

절반수준이다.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는 국내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3%인데 일본업체는 8.7%에 불과하다.

일본업체들이 막강한 경쟁력으로 국내시장을 방어하고 해외시장을 휘젖고
다니는 힘의 원천이다.

반면 국내업체들은 일본의 절반에 불과한 경쟁력으로 아직도 해외시장에서
소형차 판매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영실적이 좋을리가 없다.

GM의 지난해 순익은 50억달러.

1천6백40억 매출액 대비 순이익율은 3%다.

도요타의 순익은 3천억엔으로 매출액 대비 순이익율은 3.5%다.

반면 국내업체들은 지난 상반기중 1천2백50억원의 적자를 냈다.

GM 도요타처럼 세계적인 기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익이 나야
투자도 하고 연구개발에도 나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 말이다.

더구나 비싼 공장건설비등에 허덕이는 삼성의 경쟁력은 현재 상황으로서는
아예 기대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런 열악한 경쟁력이지만 그렇다고 국내 자동차 업체들을 조만간
1~2개로 묶는것은 현실적으로 쉽지않다.

우리 재계의 구조로보아 종말의 직전에 이르기까지는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결국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기아자동차가 최근 수천명의 종업원들을 감원시켰지만 생산성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기아의 조직에 방만의 흔적이 있었으마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찌 기아 뿐이랴.

현대도 대우도, 그리고 이제 막 출발하는 삼성 역시 새겨보아야할
대목이다.

< 고광철.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