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전 경기지사의 국민신당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조순 민주당총재와의 연대나 신한국당 비주류의 합류가 지지부진하자
초조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던 국민신당은 20일 이전지사의 "독자노선"
선언을 계기로 제갈길 찾기에 나섰다.

이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정국 구도변화 움직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전지사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인위적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분명한 현실적 타당성이나 명분이 있으면 모르지만 원칙없는 움직임
에는 미동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출마를 결행한 마당에 DJP연합이든 다른 무엇이든 두려울 것이 없으며
연대없이도 대선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다는게 이전지사의 주장이다.

이전지사가 최악의 경우 "홀로서기"를 강행할 뜻을 비친 것은 신한국당내
에서 후보교체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 성사가능성이 극히 불투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신한국당이 지금까지 어떤 선택을 해왔느냐"고 반문하면서 비주류
등이 이회창 총재를 끌어내릴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전지사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3김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판을
짜려는 움직임의 한 가운데에 이전지사가 서있는 만큼 이전지사를 중심으로
하지 않는 반DJP구도는 책략에 불과하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선을 두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현시점에서 후보교체론은 현실성과 설득력
이 떨어지며 오히려 자신과 조총재와의 연대쪽이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전지사의 지적이다.

이전지사는 이와관련, "국민들은 이인제와 조순이 합칠 것인가 아닌가에
관심이 있지 다른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해 조총재와의 연대 가능성은
계속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신당관계자들은 "국민의 뜻"과 "현실적 바탕"을 누차 강조한 이전지사의
이날 독자노선 선언도 그의 높은 여론지지도를 감안해볼때 어떤 형태의 후보
연대가 이뤄지든 자신이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신당은 이날 이전지사의 기자회견과 함께 군재직시 군선거부정을 폭로
했던 민주당 이지문 서울시의원 등 시.도의원 14명을 영입, 환영식을 갖는
등 본격적인 중앙당 창당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신한국당내에서 이총재의 후보사퇴를 전제로한 "반DJP 대연합" 움직임
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오는 31일로 예정했던 중앙당 창당대회를 11월4일께
로 늦추면서 문호개방의 여지는 계속 남겨두기로 했다.

한편 이전지사는 여야 3당대표들이 21일부터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나서는데 맞서 24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전반에 대한 소신과 청사진을
밝힐 계획이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