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폭락장세를 보이자 증권사 객장은 공황이 다름 아니다며 할말을
잊은채 망연자실해하는 분위기.

부양책이 이미 나온 마당이어서 뚜렷한 추가부양책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지자
경제정책 실패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현 정부쪽으로 화살을 돌리기도.

동양증권 서소문점의 한 투자자는 "주가폭락은 기아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맹비난.

<>.증권사들은 주식시장 폭락이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도 때문이라며 외국인
들의 매도세가 언제 마무리될지에 관심.

이들은 미국 돈부시 교수의 엔달러환율 전망(1백40엔)에 대해 외국인들도
상당한 자격을 받은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누구하나 속시원한 전망을 하지 못한채 정부가 무슨 대책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로 일관.

한 증권사 직원은 고객들이 어디까지 주가가 빠질지 물어보는데 시원한
대답을 해줄수 없어 안타깝다고 실토.

<>.증권업협회는 이날 오후 긴급 회장단및 위원장단회의를 17일 소집키로
하는 등 주가안정대책 마련에 분주.

협회는 특히 일본 자금이 하루빨리 들어올수 있도록 이날 일본증권업협회에
한국주식을 투자대상 유가증권으로 지정해달라고 공문을 긴급 발송.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증시가 자생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면서 16일
회의에서는 장기보유자 세제우대대책등 안정책등이 다시 건의될 것으로 전망.

또 증권사들에게 주가안정을 위해 매도를 자제해달라는 주문도 할 것이라고
언급.

<>.증권감독원은 이날 주가폭락이 <>갈수록 심해지는 부도사태와 <>정치권의
비자금 공방에 따른 기업명칭의 거명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

이에 따라 증감원측은 이날 정부여당이 정치싸움으로 기업들에 피해를 주는
사태가 없어야 증시가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을 재정경제원측에 비공식적으로
피력.

증감원의 한 관계자는 "증감원이 직접 증시안정책을 만들어 발표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시장상황을 분석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당국에 전달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비공식적인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전언.

<>.기관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

일부 대형 투신사들이 기관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소폭이나마 순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봇물을 이룬 외국인 매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

외국인 한도확대 발표직후인 14일엔 1백60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던 기관들은
폭락장세를 빚은 15일엔 82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그러나 기관중에서도 증권사는 매도에 치중하고 있고 투신사만 매수에 가담,
손발이 맞지 않는 실정.

투신권에선 직접투자에 나선 외국인 매물뿐만 아니라 투신사 외수펀드를
통한 환매물량이 늘어나 2중고를 겪고 있다며 증권사를 비난.

투신사들은 최근의 주가폭락으로 인해 외수펀드 환매가 주식형 수익증권에
대한 국내투자자들의 대량환매로 이어질 경우 "끝장"이라며 기관들의 증시
안정역할을 강조.

결국 기아 등의 부도사태와 비자금 파문으로 얼룩진 국내 금융위기가 풀리고
외국인 매물이 일단락되지 않는한 국내 기관들도 달리 손쓸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서 기관의 공동보조를 아쉬워하고 있는 셈.

< 박주병.손희식.최명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