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 대우중공업등 국내조선업체들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노르웨이등 협정당사국중 지금까지 비준을
미뤄왔던 미국은 지난달 국회 상원 재무위에서 OECD 조선협정 이행방안에
관한 일부내용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금번 회기중 나머지 인준절차도 마무리지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상.하원의 비준절차를 마치고 OECD사무국에 이를 통보하면
조선협정은 당사국간의 의견조정을 거쳐 빠르면 내년초부터 협정 발효가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89년 자국 조선산업의 보호를 위해 "조선소에 대한 각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덤핑수주"를 없애자는 내용의 조선협정을 제안했으나
자국내 조선소간의 갈등으로 비준을 미뤄왔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최근 "98년 조선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조선협정의
발효에 대비해 국내 업계가 공동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산업부와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들은 "미국은 지난해에도 비준안을
하원본회의까지 통과시켰다가 자동 폐기시킨 적이 있어 타결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협정타결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국내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 =OECD 조선협정(상업적 선박건조 및
수리산업의 정상적 경쟁조건에 관한 협정)의 타결은 관련당사국중에서도
한국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OECD 조선협정은 "정부보조금 금지"와 "덤핑수주 방지"를 양대축으로
국가간 선박수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수출선의 비중이 90% 이상으로 가장 높다.
경쟁국인 EU나 일본은 내수비중이 30~40%에 달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이 협정의 핵심은 "피해가격규제"제도이다.
협정의 발효 이후 덤핑수주로 판정받으면 피해당사국에 덤핑마진 만큼의
벌과금을 납부해야 하고 그 이후 수주활동도 제한받는다.
현대중공업 기획팀 석홍준차장은 "일단 제소를 당하면 막대한 분량의
증빙자료를 마련해야돼 업무 자체가 마비될 것"이라며 "경쟁국들의 고의적인
덤핑제소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빙서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이 노출되고
수주활동이 위축되리란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 미국은 왜 비준을 미루나 =지난 89년 조선협정을 처음 제안한 나라는
미국으로 당시는 정부보조금을 지급받는 유럽조선소를 겨냥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후 자국내 여론이 찬성파(군소 조선소)와 조선산업
합리화를 위한 경과조치를 먼저 요구하는 반대파(대형조선소)로 나뉘며
합의를 이루지 못한채 지금까지 비준을 미뤄왔다.
미국은 현재 <>정부보조금을 3년 연장하자는 타이틀11 <>미국내 연안용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국적을 가져야 한다는 존스액트(John"s Act)
<>밀리터리선(평상시 상업용이나 유사시 군용으로 징발되는 선박)의
협정대상 배제 등이 골자인 베이트만 수정안을 놓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측은 "EU와 일본은 미국의 보조금 연장문제가 조선협정에
위배되기는 하지만 협정의 조기발효를 위해 이를 문제시하지 않을 전망"
이라며 미국도 조만간 합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했다.
<> 국내 업계의 대응책 =단기적으로는 수주시점에서부터 덤핑규모를
예상, 이를 현업에 반영하는 "사전원가계산시스템"의 도입 등 회계부문의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 업계에 유리한 "비교가격"을 사전 선정하기위해 제3국에 대한
전략적 수주와 견적내용의 체계적 정리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업계간의 공동대응을 위한 실무모임을 정례화하고
조선산업의 체질개선 등을 통해 "저가수주"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강조했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