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사료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60여개 업체들이 난립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축산물시장 개방으로
수요기반마저 흔들리고 있어서 그렇다.

올들어 8월까지 국내 사료생산량은 총 1천22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감소했다.

연말까지는 지난해에 비해 1%가량 줄어들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료생산이 줄어들기는 80년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자체수요원을 갖고 있는 축협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일반 사료메이커들의 생산은 올들어 3.5%나 줄었다.

당연한 결과로 사료공장들의 가동률은 75%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상태로 이미 공급과잉이라는 얘기다.

높은 환율, 국내 자금시장의 전반적인 악화, 판매부진 등이 원인으로
작용해 중소사료업체인 충북의 한길사료는 지난 8월 법원에 화의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또 자체 판매력에 한계를 느껴 자기상표를 포기하고 다른 회사의 배합사료
를 자기공장에서 생산해주는 임가공업체로 전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작 문제의 심각성은 생산량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추세의 시작에 불과하다는데 있다.

더구나 지난 7월 냉동돼지 닭고기시장개방으로 사실상 축산물시장은
완전개방된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축산물수입이 확대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료산업발전과정, 축산물시장개방 등에서 우리나라가 6~7년 간격을 두고
일본을 뒤따라가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더라도 사료산업이 어려워질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96년 기준으로 일본의 경우 국민 1인당 사료생산량이 1백98kg으로
우리나라의 3백46kg의 절반수준이다.

이러한 사료생산량감소 및 축산물수입증가추세는 60여개의 사료회사들이
난립하고 있는 사료업계에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신호탄
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별 사료회사들은 사료산업의 전반적인 어려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자기자신의 문제로 느끼지는 않는 분위기다.

관계전문가들은 막대한 규모의 사료산업과 개별업체의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견해들을 내놓고 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