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국 현대중공업 사장이 10일 기존사업의 특혜의혹까지 거론하면서
정부의 잠수함 사업방식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한 것은 지금 참여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기회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잠수함사업은 사업비만 2조원 규모로 예상되는데다 건조과정에서 높은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아시아지역의 해군력 강화추세에 힘입어 수출전망도 밝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은 잠수함건조를 숙원사업으로 꼽아 왔다.

그러나 국방부가 기존 잠수함의 후속기종으로 중형이 아닌 1천5백t급
개량형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현대중공업의 신규참여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김사장은 이날 "공급업체가 복수화되면 경쟁효과에 의해 국방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방위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과 유사시에의 대비체제도 갖출
수 있다"며 "현대중공업에 맡겨주면 납품단가를 기존사업비의 70%선으로
낮출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특정업체에의 독점발주는 방위산업체를 복수운영하려는 관련법규의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게 김사장의 주장이다.

김사장은 또 "미국과 일본의 경우 2개사가 잠수함을 건조하며 특히 일본은
미쓰비시와 가와사키중공업이 매년 1척씩 교대로 건조하고 있다"며 그 예를
들었다.

그러나 대우중공업의 입장은 다르다.

현대중공업이 신형 잠수함에 뛰어들 경우 중복투자를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김선익 대우중공업 부사장은 "현재 옥포조선소만해도 1년에 2척 가량의
잠수함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신규 참여한다면 수천억원대
의 신규투자와 인력양성이 필요해 국내업체끼리의 과잉경쟁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부사장은 특히 "네덜란드 이태리 등도 잠수함은 자체 건조를 포기하고
영국 독일 등에 물량을 넘기고 있다"며 "방위산업만큼은 독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10일 관련회의를 거쳐 신규 잠수함 사업방식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위로 떠오른 대그룹간의 잠수함싸움에서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