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에서 국내업체들간에 1,2개 제한된 구매처나 바이어를 놓고
과당 수주경쟁을 벌이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을 악화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가 이미지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7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현지 무역관 조사에 따르면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러시아에서는 대우와 현대자동차가 상용차 수주
경쟁에서 치열하게 경합, 현대가 하바로프스크주에, 대우가 치타주에의
납품권을 따냈으나 결과적으로 양사가모두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상사와 현대종합상사가 석유화학분야에서 삼성 LG 대우전자가
전자제품시장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제살깍기 경쟁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모스크바에서는 롯데제과와 동양제과가 "초코파이" 상표권 등록과정에서
분쟁을 벌이며 급기야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 같은 지역에 국내의 한 앨범제작업체가 재고처리과정에서 저가품으로
덤핑수출하는 바람에 현지에 진출해 있던 한국기업(톱러시아사)이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말레이시아등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무공측은
설명했다.

안경테 수출과정에서 국내업체간 마진을 축소하며 가격을 인하하는
출혈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또 일부 국내업체들이 저가품을 들여와 실크유통시장질서를 어지럽혀
현지인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스리랑카에 진출해 있는 10여개의 국내 가방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상대
기업의 인력을 스카웃해 조업에 차질을 빚는 피해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인력빼가기,임금올리기 등의 현상은 중국 청도 등 국내투자기업이
밀집된 곳이면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다고 무공 관계자는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현대가 지난 94년 성공적으로 현지시장을 개척한 이후 기아
대우가 뒤따라 진출하며 치열한 저가경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덴마크 최대 선사인 AP 묄러사가 발주한 컨테이너선 3척이 한국업체들에
수주될 예정이었으나 현대, 대우, 한라 등 국내 조선사들이 과당경쟁을
벌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수주금액을 15%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무공은 전했다.

독일에서는 기아그룹의 부도유예 이후 기아차를 취급하는 딜러들이
동요하기 시작하자 현대와 대우 등이 기아딜러들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딜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기아의 독일본사는 자사의 딜러들로부터 여러가지 특혜를
달라는 압력을 받아 곤경에 처한 상태라고 무공은 전했다.

무공은 해외에서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현지 진출업체간
정기 모임을 갖고 관련 업체를 설득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있다고 덧붙였다.

<이익원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