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4년 정부가 대도시 인구집중 방지책을 내놓은뒤 성역처럼 관리돼온
집중억제 위주의 수도권 정책이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 인구과밀억제에 관한 기본지침(70년) <>대도시
인구분산책(73년) <>수도권 인구재배치 기본계획(77년) <>수도권내 공공청사
및 대규모 건축물 규제계획(82년) <>수도권 정비기본계획(84년)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수도권 집중억제 기조 유지에 안간힘을 다해 왔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업경쟁력 제고및 수도권 공간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명분에 밀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1일 건설교통부가 입법예고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 역시
정부가 앞으로 수도권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내비친
것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고수해온 수도권 집중억제 기조에서 탈피, 필요할 경우
개발의 숨통을 다소 틔어주겠다는 정책 선회를 확인시켜 준 셈이다.

집중억제 위주의 경직된 수도권 정책 운영이 수도권의 국제경쟁력을 저하
시켰다는 지적을 건교부가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수도권
정책이 확고한 기준과 원칙없이 이리저리 밀려다니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4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당초 법제정 취지대로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틀을 강력히 고수해 왔으나 94년 법개정이후 급격히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94년 법개정으로 업무용 대형건축물의 건축규제가 과밀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완화됐으며 대학및 공장등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이전도 허용됐다.

또 공장건축규제방식도 개별직접규제방식에서 총량규제방식으로 전환됐으며
소규모대학및 개방대학, 전문대의 신설도 함께 허용됐다.

이와함께 94년 공업배치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령(공배법)이 개정되면서
수도권내 신설이 가능한 도시형 업종이 1백91개에서 3백37개로 확대됐고
공장 재축및 과밀억제권역내 첨단업종 공장의 증설도 가능하게 됐다.

문민정부 기간중 이같은 수도권내 인구집중유발시설에 대한 규제완화
건수는 굵직굵직한 것만도 30여건에 이른다.

건교부 관계자들도 "90년대 들어 수도권정책이 집중억제->규제완화->
집중억제 사이를 오락가락한게 사실"이라며 "수도권 정책이 중심없이
흔들리고 있다"고 실토하고 있다.

더욱이 규제완화가 대학 공장등 인구집중유발효과가 큰 시설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사실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연구기관 관계자들도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논리에 밀려 수도권
정책이 흔들리고 있는 인상"이라며 "지역균형 개발 차원에서라도 수도권
보다는 지방 개발에 더욱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김상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