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잇따른 대기업의 부도로 문을 닫는 사업장과 실직자가 급증하고
있다.

명퇴 등으로 30명 이상 대규모로 해고하는 고용조정 사례도 이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서울지역에선 어음부도율이 지난 93년 집계기준을 바꾼 이후 최고치인
0.27%로 껑충 뛰어 올랐고 지방기업의 부도율은 서울의 3배에 달하고 있다.

30일 노동부에 따르면 상시고용 근로자가 30인 이상인 고용보험사업장
가운데 올들어 8월말까지 2천8백94개 사업장이 폐업 또는 소멸,
11만8천1백74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떠나야 했다.

이는 2천15개 사업장이 문을 닫아 7만5천1백43명이 실직한 지난해의 연간
기록을 사업장수로는 43.6%, 실직자수로는 57.2%나 넘어서는 수치다.

연말까지 가면 작년의 2배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42개 사업장이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 대규모(30명 이상) 고용조정을
단행해 6천4백17명의 근로자가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일터를 떠나기도 했다.

이처럼 폐업장수가 급증한 것은 그만큼 기업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이는 재정경제원이 집계하는 어음부도율에서도 그대로 입증되고 있다.

한보사태 이후 고공행진을 계속해오던 어음부도율은 기아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9월들어서는 기록적으로 높아져 27일 현재 서울지역 어음
부도율은 지난 93년 이후 최고치인 0.27%(전자결제분 조정전)로 치솟았다.

어음부도율은 지난 2월과 4월중 0.23%를 기록했으나 9월 들어 진로그룹이
화의를 신청한 직후부터 급격하게 높아졌다.

특히 지방에 소재한 기업들의 부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8월중 지방 기업의 부도율은 서울보다 세배 이상 높은 0.61%를 기록했다.

올들어 8월까지 문을 닫은 사업장은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가장 많아
2천47개에 달했고 이분야에서만 6만2천8백79명이 일자리를 떠났다.

건설업은 창업과 폐업이 모두 활발한 업종 특성을 갖고는 있지만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의 연간기록에 비해 사업장수에서는 63.9%, 근로자수에서는
1백68%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증가세다.

제조업에서도 폐업장수가 6백32개에 달해 지난해 연간기록을 이미 55개사나
넘어섰다.

금융에서도 8월말까지 7개 사업장이 문을 닫아 3백65명의 뱅커들이
길거리로 나앉았다.

이는 지난해 3개사에 1백99명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 김광현.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