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등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자의 치료법
개발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인간게놈연구소의 앤서니 윈쇼.보리스 박사팀은
생쥐의 사회적 행동양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최근 학계에 보고했다.
포유동물의 사회적 행동양식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독립유전자가 발견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초파리에서 발견된 유전자와 비슷한 생쥐의 유전자에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헝클어진"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의 작용이 결여된 초파리는 죽거나 가슴털이 가지런히 자라지
않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까지 3가지가 보고된 이 유전자는 세포와 세포간 신호전달기능을 맡고
있는데 진화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생쥐는 물론 사람에게서도 발견되어
주목받아 왔다.
연구팀은 이중 하나의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를 만들어 그 기능을 탐색했다.
이 생쥐는 초파리와는 달리 정상적으로 자랐다.
그러나 곧 사회적 행동양식에 이상 증후군이 발견됐다.
두드러진 특징은 외부의 소음에 전혀 반응하지 않으며 한가지 자극에 집중
하지도 못한다는 것.
이는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또 보통 생쥐에 비해 피부접촉이 드물었고 잠자리도 살피지 않은채 내버려
뒀다.
우두머리 생쥐가 나머지 생쥐의 수염을 갉아 다듬는 것으로 사회적 위계
질서를 형성하는게 보통인데 이 유전자가 없는 생쥐군에서는 그런 행동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이상증후군이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겉모습 만큼은 보통 생쥐와
다름없는 것은 제거된 유전자의 기능이 나머지 유사유전자에 의해 보완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 유전자의 작용기전은 아직 정확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세포간 신호전달에 주요역할을 한다는 것과 이 유전자가 없으면
정상적인 사회적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점만이 밝혀졌을 뿐이다.
또 사회적 행동양식에 있어서 생쥐와 인간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를수 있다.
그러나 생쥐와 인간의 유전자는 놀랄정도의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
은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발견은 정신분열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치료제 개발을 한층
앞당길 것이며 변이생쥐는 치료제의 효능검증에 적절히 활용될 것으로 기대
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