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정서와 추상표현이 어우러진 독특한 회화작업으로 주목을 받아온 서양
화가 이강소씨가 25일~10월10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732-3558)에서
근작전을 마련하고 있다.

"섬에서-익명에서 초극으로"라는 부제를 단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일 작품은
영원성을 나타내는 푸른색 화면의 평면 20여점과 작은 대나무집을 탄생 혹은
완결성을 상징하는 커다란 알로 둘러싼 설치작업 등 30여점.

비어 있으면서도 차있는 듯한 무한공간의 화면과 서예적인 필치가 강하게
느껴지는 그의 그림은 동양적인 사유체계를 저변에 깔고 있다.

오리와 배 사슴 등 움직이는 물체를 모티브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무한
하게 확장해온 그는 대상을 단순하게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회화의 본질을 추구해온 작가.

이번 작품전에서는 특히 지금까지 해온 작업에 깊이와 무게를 더한 평면
작품 외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매우 독특한 발상의 입체작품을
선보여 관심을 모은다.

대나무를 엮어 직육면체로 만든 다음 그위에 화강암으로 만든 조그만 집을
얹어놓고 주위를 달걀모양으로 곱게 갈아 만든 7개의 화강암으로 둘러싼 이
작품은 동양적 이상향을 연상시키는 신비감을 연출한다.

상식을 벗어난 서로 다른 성질의 물질들을 자연스럽게 결합시켜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이 작품은 고정화된 관념을 뛰어 넘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무한하게 확장시킨 작업중 하나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