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기운이 완연하다.

설악산엔 첫 얼음까지 얼었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가을이 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단풍이
산꼭대기서부터 서서히 산을 물들이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단풍색깔은 어느해보다 곱고 아름다울 것으로 내다봤다.

남한 제일의 명산 설악산은 단풍맞이도 첫번째다.

만산홍엽으로 물든 산은 그 빛깔처럼 활활 타버리고 싶은 산에의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설악산 일대의 주요단풍코스를 안내한다.

<> 천불동계곡 =9월중순이면 대청봉(1천7백8m)을 물들이는 설악산단풍은
우리나라 단풍강산을 여는 첫장.

10월초면 해발 1천m까지 내려오고 중순께는 온산이 오색단풍으로 뒤덮여
절정을 이룬다.

설악산의 단풍은 곳곳마다 저나름의 화사한 풍광을 자랑하지만 그중에서도
천불동계곡의 단풍을 으뜸으로 친다.

천불동계곡은 가을이면 신흥사에서 소청과 중청봉을 밟고 대청봉으로
오르는 30여리에 환상의 단풍터널을 이룬다.

설악동에서 신흥사 와선대 금강굴을 지나 비선대에 이르는 산책로만
걸어도 가을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비선대에서 남쪽으로 수려하게 펼쳐진 계곡을 거슬러 귀면암을 지나면서
부터 오련폭포 양폭 천당폭 음폭 염주폭 등이 단풍경승을 더욱 돋보이게
꾸며준다.

<> 내설악 백담계곡 =천불동계곡이 남성적이라면 백담계곡은 조용하고
수줍은 새댁같은 계곡이다.

용대리에서 백담사에 이르는 약 6km 구간은 걸어 올라가기 편해 누구나
쉽게 단풍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1백개의 담이 있다하여 백담계곡으로 불린다.

굽이를 돌때마다 두태소 사미소 청룡담 등 크고 작은 소와 담이 주변단풍의
물결과 어우러져 별유천지에 온듯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내설악의 단풍명소로는 백담계곡외에 또 12선녀탕계곡을 꼽을 수 있다.

백담계곡 상류에는 수렴동계곡 등 아홉개의 큰 골짜기가 있어 여기서
흘러드는 청정한 물에 손을 담그면 가을의 설악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 남설악 주전골 =점봉산(1천4백19m)아래 주전골의 단풍은 검은 바위를
바탕으로 해서 물들기 때문에 더욱 붉다.

붉디붉은 단풍사이에 노란색단풍이 섞여 있어 색배합이 일품이다.

길이 험하지 않아서 가족동반 단풍산행지로서 최적지이다.

주전골계곡의 단풍구경은 오색약수터에서 시작된다.

오색매표소를 지나 성국사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성국사를 지나면서부터 주전골계곡의 절벽이 펼쳐지고 검은벽을 붉게
물들인 단풍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주전골계곡에는 넓직한 암반이 곳곳에 있어서 주저앉아 여유롭게 단풍빛에
취해볼 수도 있다.

가을이면 사진작가들이 단풍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 찾는다.

오색약수터에서 주전골의 상징인 주전폭포까지는 약 1시간30분이 걸린다.

주전폭포에서는 계곡이 갈라진다.

왼쪽은 점봉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한계령도로로 이어진다.

단풍구경은 오른쪽계곡을 택해야 한다.

주전폭포에서 한계령도로까지의 산행시간도 1시간30분이면 족하다.

<> 한계령단풍 드라이브코스 =10월의 설악은 깊은 산속의 단풍뿐만 아니라
국립공원을 감싸고 도는 도로자체가 낭만 넘치는 드라이브웨이다.

그중에서도 한계령 정상부근 한계령휴게소일대의 단풍장관이 빼어나다.

휴게소에서 내려다보는 동쪽의 단풍바다가 동해바다를 압도한다.

홍엽과 황엽이 조화된 가을단풍의 극치가 그곳에 있다.

< 노웅 기자 >

[[ 단풍산행 상식 ]]

단풍은 평지보다는 산이, 강우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이, 햇빛이
강하게 쬐는 곳과 일교차가 큰 곳 등에서 훨씬 아름답게 나타난다.

올 10월에는 강수량이 적은 반면 일교차가 클 것으로 예상돼 예년보다
고운 단풍을 볼수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전망이다.

단풍은 가을이 깊어지면서 일조시간이 줄어들고 최저기온이 식물의 생육
최저온도인 섭씨 5도이하로 떨어지면서 나타난다.

25일께 "첫단풍"(단풍이 산전체의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말함)이 든
설악산은 10월초면 벌써 제대로 된 단풍구경을 할 수 있으며 11~16일에는
절정기(산전체의 80%가량이 단풍으로 물듦)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여행메모 ]]

서울상봉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16회나 운행하는 오색약수
경유 속초행 직행버스를 타고 오색에서 하차하거나 속초까지 간다.

백담사계곡쪽은 인제행 버스를 이용한다.

설악동에는 켄싱턴호텔을 비롯 20여개의 여관과 모텔이 있다.

오색약수관광단지에는 오색그린야드호텔, 남설악호텔과 설악온천장 등이
밀집해 있다.

설악산주변의 별미로는 오색약수터 입구 오색식당(0396-672-3180)의 산채
모듬약수정식, 백담사입구 용대리 백담순두부집(0365-462-9395)의 순두부백반
양양 낙산사입구 낙산7호식당(0396-672-2270)의 전복죽 등을 들 수 있다.

문을 연지 30년이나 되는 오색식당은 설악산의 각종 무공해 나물과 맑은
물로 빚은 독특한 맛때문에 남설악을 찾는 관광객들이 잊지 않고 찾는 맛집
이다.

바닷가에선 생선회가 제격이지만 회를 먹기전에 맛보는 영양식인 전복죽도
그야말로 별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