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동안, 제집을 쫓아다닌 그림자
저녁에 문 앞에 와서 보니, 그 그림자가
나였다는 생각이 든다. 잠긴 문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집으로부터 쫓겨난 영혼이다.

나는 지금도 집에 가기 위해 목발을 가지고 있다.

다른 집을 찾아가기 위한 목발,
내 영혼도 목발을 짚고 쫓아와 있다.

평생을, 아픔을 끌고 다녀야 하다니!

나를 생각할 때만큼 고통스러운 적은 없다.

시집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