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연휴가 지나서도 각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현재와 별 변동이 없고 내각제
를 연결고리로 한 "보수 대연합" 성사나 이인제 경기지사의 출마 등과 같은
변수가 없을 경우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집권이 유력
하다고 봐야 한다.
역대 대선의 경험으로 보더라도 선거를 90일 정도 남겨둔 시점의 지지도가
거의 변함없이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뒤집기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나 굳히기 작전으로
정권교체를 노리는 김대중 총재에겐 추석 연휴에서 9월말까지가 대선 승부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이인제 지사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독자 출마를 선언할 경우 추석
연휴가 지난 뒤인 9월 하순은 정치적 격동기가 될 전망이다.
대선구도가 5파전으로 바뀌게 되고 그에 따른 집권당 일각의 이탈 가능성,
새로운 구도에 따른 지지도 변화와 후보들간의 연대문제 등이 연휴가 끝난뒤
9월말까지는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권의 후보단일화 협상 시한이 일단 9월말까지로 잡혀있는 점도
정치판의 변화를 더욱 부채질할 요인이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간의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
TK 일부가 김대중총재와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같은 상황에서 김종필
총재는 여권과의 연대쪽에 비중을 둘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권 내부에서 내각제개헌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음미해 봐야할
대목이다.
추석연휴 이후의 지지도 변화 못지 않는 대선의 변수는 이인제 지사의
출마여부다.
그가 출마할 경우 대선구도는 엄청난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사의 출마는 단순히 후보가 한 명 늘어났다는 차원을 넘어 여권성향의
표, 다시 말해 반 김대중 정서의 유권자가 어느쪽으로 쏠릴 것이냐 하는
점에서 대선구도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지사가 출마선언 후에도 상당기간 지지도에서 1, 2위를 할 경우 대선구도
는 "김대중 대 이인제" 구도로 굳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 4위로 밀릴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나 민주당 조순총재에 대한 지지도는
점차 줄어들게 되고 조순 총재는 막바지에 1, 2위권 후보와 연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대로 이인제 지사가 출마선언후 기존 여야후보들로부터 협공을 받아
지지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회창 대표에게 지지도 순위에서 밀리게 되면
자칫 군소 후보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이회창 대표 진영은 대선구도를 양강 대결로 몰아간뒤 막판 뒤집기
에 성공할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지사로서는 극과 극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
때문에 이지사는 당 안팎에서 경선승리자인 이대표가 당선되도록 도와야
한다는 "당위론"은 인정하지만 현재까지의 추세라면 김대중총재가 당선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선결과 불복"에 따른 비난 여론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수치가 약간씩은 차이가 있지만 5자 대결구도에서 이회창
대표를 찍지 않겠다는 대략 80% 수준의 유권자들 정서에 호소하게 되면
최소한 2위는 유지하고 그럴 경우 이대표나 조순 총재 지지자들이 자신에게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 김대중 정서를 겨냥한 이지사의 이같은 전략이 먹혀들지 여부는 이번
추석 연휴가 지난 뒤의 국민 지지도가 변화 추이가 그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지사측의 원내외 측근 20여명은 11일 저녁부터 12일 새벽까지 가는
마라톤회의 끝에 추석 연휴 전에 출마선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의 출마결정은 물론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때문이다.
이지사는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 대선구도를 ''김대중대 이인제''로 몰고
갈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이다.
이지사는 12일 밤 측근과의 막바지 협의에서 독자출마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일부 원내 인사들을 상대로 이같은 점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이지사의 거취와 관련해 또 하나의 관심사는 이지사와 박찬종 고문간의
공조체제 구축 여부이다.
당내에서는 영남지역에서 나름의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박고문이 독자
출마보다 이지사 선거를 도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